국민의힘이 야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명단을 27일 국회의장에 제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계속 압박하자 마지못해 응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전 대검차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헌 변호사를 추천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 추천 인사에 못마땅한 입장이다. 이헌 변호사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세월호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추천을 방해할 사람'이라는 낙인까지 찍었다. 이낙연 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한 것은, '펀드사기특검'을 받아내기 위해 '양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채 진행 중인 라임·옵티머스 수사를 믿을 수 없으므로 특검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자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현재 수사는 사실상 추미애 법무장관과 친정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펀드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해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든 국민의 신뢰를 얻긴 이미 힘들어졌다. 특검을 정치공세라며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여당은 수사가 유야무야 될 경우, 국민의 용납을 받지 못할 당사자는 자신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펀드 사기는 파면 팔수록 피해액이 커지고 권력의 비호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가 5000명이 넘는다. 적당히 수사하고 덮어버리려고 하다가는 어디서 뇌관이 터질지도 모른다. 내부고발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여당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해 공직의 청렴성을 높이겠다는 공수처 설립의 명분을 존중한다면,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 여당이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의 전력을 빌미로 계속 공연한 비난을 한다면 공수처장에 자기편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고 기선을 잡으려는 건 아닌지, 야당의 특검 요구에 물 타기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은 펀드특검 논의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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