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본원서 간담회…새 조직문화 밝혀 "성공률 97% 혁파 한국적 R&D체계 확립 세계 최고 도전 '그랜드 챌린지' 도입 책임연구원 승격시 수월성 중심 평가"
윤석진 KIST 원장
"'성공률 97%'라는 수치에서 드러나는 국가 R&D의 한계를 혁파해 새로운 한국적 R&D 체계를 확립하겠다. 목표 달성이 어려운 미지의 영역, 답이 없는 연구, 세계 최초 연구를 과감하고 두려움 없이 시도하는 문화와 조직을 만들어 가겠다."
윤석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이 R&D 방식부터 문화, 조직을 바꾸는 혁신에 나섰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도전적 실패를 성과로 인정하고 상을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윤 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본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형 R&D 모델의 핵심은 평가제도 혁신"이라면서 "줄세우기식 정량적 평가를 정성적 평가로 과감하게 전환하고, 말로만 하던 '성실도전'을 주요 사업 중심으로 과감히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윤 원장은 1988년에 KIST에 합류해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 연구기획조정본부장, 부원장 등을 거쳐 지난 7월 20일 원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부터 3년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을 지내면서 출연연 공동 융합연구를 이끌기도 했다. KIST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 중 맏형 격 기관으로, 직원 978명을 두고 연 예산은 3114억원 규모다.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양자기술, 인간·뇌 융합 등 세계 최초 기술에 도전하면 꼭 성공하지 않고도 과정을 인정해 줘야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도전적 실패를 성과로 인정하고 포상하는 '그랜드 챌린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랜드 챌린지 팀은 연구자 10명 내외 규모로 연 10억~15억원 규모의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매년 2~3개 팀을 선정할 계획으로, 현재 첫 공모를 진행 중이다. 올해 선정된 팀은 내년초 가동 예정이다. KIST는 또한 세계 최초·최고, 국가 전략기술을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팀(K랩) 10개를 2030년까지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윤 원장은 이어 "논문, 특허 등을 1년 단위로 평가하다 보니 연구자들은 질보다 양을 신경 쓰고, 일부는 평가를 위한 쪼개기식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면서 "연구자 평가 주기를 3년 단위로 늘리고, 선임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 승격 시에는 수월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사업화에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한 후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연구원과 기업 연구자가 함께 완성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윤 원장은 "낮은 기술이전 성공률을 극복하기 위해 '링킹랩'을 도입하겠다"면서 "KIST와 기업 연구원이 KIST 내에 공동 연구실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5개 정도 링킹랩을 만들 계획인데, 현재 대기업 1곳과 중소기업 3곳 정도가 참여의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TRL(기술성숙도) 4~5단계 기술을 산연 공동 연구를 통해 8~9단계로 함께 높여 기술사업화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주변 홍릉특구를 대학, 연구기관, 기업을 연결하는 혁신·창업 생태계로 만드는 구상도 실행에 옮긴다. KIST와 고려대, 경희대가 함께 기술사업화 플랫폼을 구축, 유망 기술 발굴과 사업화에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벤처캐피탈과 함께 오디션형 창업팀을 선발한 후 교육과 투·융자를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그랜드 K'도 운영한다.
윤 원장은 "홍릉 강소특구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면서 "기술 사업화 과정의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어젠다, 국가 현안에 대응하는 KIST만의 '빅 사이언스'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2030년 외국인 연구자 비율 20%, 세계적 연구그룹 10개, 상위 1% 연구자 10명, 연구원 1000명, 연구예산 6000억원을 목표로 재임 기간 중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놓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