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철야농성 실력행사 "제대로 된 수사위해 특검관철" 민주당, 출범 시간표대로 추진 "뜬금없는 정치 공세" 평가절하
특검 요구하는 국민의힘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특검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여야가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방향을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시간표를 정하고 국민의힘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선 한 발 물러선 만큼 특별검사 도입을 끝까지 관철하겠다며 철야농성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제 공수처의 시간…민주당, "지연 전략 용납 못한다"=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처음 예정한 시간표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온택트(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 출범을 비롯한 입법과제를 논의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일정대로 간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임이 마무리 단계에 왔으니 다음 달 중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도록 모든 절차를 마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감이 끝났고, 이제부터는 입법과 예산이다. 입법은 개혁입법, 민생입법, 미래입법"이라며 "개혁입법은 공수처와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특검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특검을 주장하면서 국회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며 "국민들 보기에 '뜬금없는 정쟁이다' 이렇게 볼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원내대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금융 사기사건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여권 실세 로비설도 근거가 없다는 게 명백해지고 있다"며 "오직 국민의힘만 권력형 게이트라 우기면서 억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공수처보다 큰 최장 120일짜리 특검을 요구하는 것을 정쟁을 내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하는 정치 공세용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김 원내대표가 '야당의 특검 퍼포먼스(철야농성)'에 대해서는 큰 의미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민주당은 일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순조롭게 구성되면 공수처 출범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선임한 추천위원이 처장 후보 비토권 등을 무기삼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수처법 개정 카드를 적극 활용해 압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헌 변호사는 과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도 지연전략을 쓸 경우를 가정하고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손에 쥐고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인, 야당 교섭단체 추천 2인 총 7명으로 구성되나 6명이 찬성해야 후보를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밖에 공수처 출범을 전제로 하는 법률 개정안도 대거 발의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고, 소병철 의원이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석수 달리는 국민의힘, 철야농성으로 맞불=국민의힘이 이날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검을 관철하고자 철야농성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공수처 출범으로 야당을 압박해오는 여당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정권이 현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특검법 받는 게 현명한 처사"라며 "근대 민주주의 어느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사이가 적과 적이 만난 것처럼 싸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180석 의석을 준 것은 국회에 가서 국민을 눈감게 하고 자기들 뜻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수 의석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권이 교체되고 이 사건이 다시 반복되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의총이 끝난 뒤에는 릴레이 규탄 대회 등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철야농성은 여당의 공수처 출범 압박에 특검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미루고 미루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명단을 제출했다. 야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장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여당이 압박하자 표면적으로 협조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대여투쟁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국민의힘은 특검 필요성 주장 외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강력 비판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는 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추천위원 선임에 대해 여권 일각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민을 졸(卒)로 보지 않으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후보 추천위원)거부권은 이유 없이 행사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도)거부권을 행사한 뒤 그 조항을 바꿔서, 추천 규정을 바꾸겠다는 오만방자한 언행 서슴지 않고 있다"며 "거부권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절대로 대통령 의중에 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반복해 온 사람들이 이제 와 (야당 추천 위원을) 추천에서 빼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온 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