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제 발생하자 책임물어"
보험권 중소형사 역차별 토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세부 시행령이 발표되자 금융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 제정 당시 우려하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시장의 역할을 무시한 규제"라며 반발했다.

은행권이 주목한 내용은 6대 판매규제에 포함된 '설명의무'다. 원론적으로는 소비자에 상품을 권유할 때나 요청을 받으면 이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행령을 뜯어보면 판매사인 은행의 의무가 대폭 늘어났다. 우선 상품을 판매할 때 진행하던 투자자성향 파악 절차에 대한 '평가기준'을 만들고 '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상품숙지의무'가 부과되어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의 권유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은행은 자산운용사의 상품이라도 별도의 설명서를 직접 만들어 소비자에 건네야 한다.

은행권은 '과자를 판매하는 슈퍼마켓에 제품 불량 책임을 지라는 격'이라며 반발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운용사가 대폭 늘어났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이제와 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별 역할이 있는데 한 곳에 부담을 가중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투자하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운용사 설립 요건도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꾸고, 사전 등록 의무인 펀드 설립도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의무를 줄여준 바 있다.

이후 사모펀드 시장은 200조4307억원에서 올해 10월 428조669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등도 이때 등장한 펀드다.

보험업계는 내부통제 절차 마련에 고심이다.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되면서 새롭게 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을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 수가 수백명에 불과한 중소형 보험사에는 더욱더 부담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사는 최고경영자(CEO)를 의장으로 하는 협의회를 구성하고, 총괄책임자와 총괄부서를 둬야한다. CEO 외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도 가능하다. 하지만 수천명 규모의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별도의 임원을 선임하고 조직을 만들면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CO를 별도로 둘 수 없는 중소형 보험사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보험료가 올라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상품 판매 평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게 없다"며 "당국과 각 금융협회가 논의해 방향을 제시해주면 금융기관들도 세부안 마련에 수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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