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은 1.9%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V자 회복'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직전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2%로 사상 최악을 나타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남은 4분기 성장률도 코로나19 확산 등 변수가 산적해 있다는 진단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었고, 청년층 위주로 고용도 내려앉았다. 그나마 세계 반도체 수요가 적게 위축하면서 수출만큼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다만 불안한 대외요인은 문제로 꼽히고 있다.

◇소비는 '흐림'…"2분기 재난지원금 영향 작용"=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1분기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던 소비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2분기 숨통이 조금 트였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약발'이 떨어지면서 남은 4분기 소비는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1분기 가계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4.9% 감소한 394만5000원이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에 가계가 지갑을 닫은 영향이 컸다.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6.0% 감소한 287만8000원으로, 분야별로는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0%), 음식·숙박(-11.2%)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대로 식료품·비주류음료(10.5%)나 보건(9.9%) 등 소비는 외려 증가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면서 집 밖에서 이뤄지는 소비는 줄되, 집 안에서 이뤄지는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분기에는 정부가 5월부터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당시 가구당 이전소득은 54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80.8% 늘었는데, 공적 이전소득(127.9%)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가계지출은 388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4%,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2.7% 각각 증가했다. 반면 8월 말까지였던 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도래하자 소비는 다시 위축세로 돌아섰다. 8월 중순 발생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도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줬다.

◇고용은 '폭우'…"2030 연령층 위주 취업자 감소"= 코로나19가 덮친 고용시장은 청년들에게 더 가혹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2030 세대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컸기 때문이다. 분기별로 보면 고용 한파가 본격적으로 작용한 시점은 2분기부터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는 올해 1분기(2674만9000명) 28만8000명 늘었지만, 2분기(2684만9000명)와 3분기(2706만8000명)에는 각각 40만7000명, 31만4000명씩 감소했다.

특히 1분기에도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던 20대와 30대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세가 더욱 세졌다. 20대는 1분기(364만5000명) 4만6000명 줄어들었는데 , 2분기(356만8000명)감소 폭은 14만8000명으로 3배 넘게 폭증했다. 3분기(361만5000명)에도 16만8000명 줄며 감소세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30대는 타격이 더 컸다. 1분기(547만6000명) 2만4000명, 2분기(536만7000명) 18만4000명, 3분기(530만7000명) 22만8000명씩 각각 내려앉았다. 반대로 60세 이상은 매 분기별로 30~40만명씩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

◇수출은 '갬'…"반도체가 효자"= 그나마 형편이 나은 수출 실적이 경제 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월 363억달러, 5월 348억달러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각각 25.6%, 23.8%씩 줄어든 수치다. 다만 6월(392억달러) 들어서는 10.9% 감소하며 점차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달(480억달러) 기준으로는 7.6%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로써 지난달 무역수지도 87억달러를 기록하며 5월(3억3000만달러)부터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선전했다. 지난달까지의 반도체 수출액(744억2200만달러)은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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