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심화영 기자]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대부고 동창인 고 홍사덕(지난 6월 별세) 전 의원은 이 회장이 고등학교 때부터 사람공부를 했다고 기억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사대부고 동기생으로 60년 지기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말수가 적은 이건희였지만 사람을 보는 눈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는 게 친구 홍 전 의원의 전언이다. 홍 전 의원의 회고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고교 때부터 "나는 사람에 대한 공부를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삼성식 인재경영의 바탕이 됐다.

이 회장의 소년 시절 승부사적 기질을 알려주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회장과 동기인 서울사대부고 13회 졸업생들은 누구나 기억하는 일화다. 이 회장이 고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일진'과 맞짱을 뜬 사건이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도서관 뒤에서 벌어진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다. 이 싸움의 심판을 봤다는 홍사덕 의원은 "이 회장은 승부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학창시절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탁구, 테니스, 골프는 물론 동계스포츠인 스키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중 2년간 레슬링 선수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홍사덕 의원에 따르면 "레슬링을 한 이 회장과 유도를 한 나는 서로 힘자랑을 하며 겨루기도 했다"며 "이 회장의 힘에 밀려 엉덩방아를 찧은 적도 많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이 특히 애착을 보였던 종목은 골프, 야구, 럭비다. 소년시절부터의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이 회장이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내 스포츠사에 족적을 남긴 밑바탕이 됐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유년 시절 모습. <연합뉴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유년 시절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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