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여, 담벼락 장, 부러질 절, 뿔 각. '당신집 돌담이 아니었으면 우리집 소 뿔이 부러졌겠느냐'는 뜻으로 자기 잘못으로 생긴 책임을 남에게 억지로 뒤집어 씌운다는 속담을 한자로 옮긴 말이다. 소를 끌고 가던 농부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소가 남의 담을 들이받는 바람에 쇠뿔이 부러졌다. 어리석은 농부는 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네 집 담이 왜 하필 거기 있었느냐고 억지를 부린다.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되레 큰 소리를 친다는 '아가사창'(我歌査唱·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과 같은 의미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한자성어들이 수두룩하다. 도망가야 할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주인에게 대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과 함께 주객전도(主客顚倒), 객반위주(客反爲主), 본말전도(本末顚倒) 등이 모두 해당된다. 우리 속담에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도둑놈이 도둑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에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 사기사건이 아닌 권력형 비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런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행사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했다.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등과 관련된 비위 보고를 받고도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라임 펀드 수사팀은 추 장관이 인사를 통해 앉힌 친정권 성향의 간부 검사가 지휘하던 사건이다. 이 검사는 수사과정을 윤 총장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뭉갠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부실수사 책임이 본인들에게 있는데도 잘못을 윤 총장에게 덮어씌우는 뻔뻔함을 보인 것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주위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추 장관의 이런 방약무인(傍若無人)이 국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짜증 나게 만든다. 안중지정(眼中之釘·눈엣가시)인 윤 총장을 배제한 추 장관의 행위는 살육지폐(殺戮之弊·무엇을 트집 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폐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권력을 쥐면 모든 사람이 내려다보이는 걸까.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안공일세(眼空一世·세상 사람을 업신여기며 교만을 부림)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거슬린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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