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CJ대한통운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며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택배 현장에 별도의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현재 CJ대한통운에서 일하고 있는 분류 인력은 1000명으로, 이를 총 4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 4000명은 업무 시간의 절반을 분류 작업에 쓰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작업을 거부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재 택배 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돼 있어 분류 지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문장은 "분류 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돼 있던 분류 작업을 분리하면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또 전문기관을 통해 성인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 물량을 산출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택배기사 3~4명으로 이뤄진 팀이 업무를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를 도입해 특정 기사에게 부담이 몰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휠소터의 오분류 문제는 기술 개발을 통해 최소화하기로 했다.

정 부문장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의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전체 물량의 90%에 달하는 소형 택배 화물을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용 분류 장비를 추가 마련하는 등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 긴급생계지원 등 복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 부문장은 "사망한 기사들의 유가족과 별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위로금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날 새벽 경기도 곤지암센터에서 일하던 운송노동자 A(39)씨가 간이휴게실에서 사망한 데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총 13명으로, 이들 중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6명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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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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