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편지 새 정황 드러났지만
진상규명 단기간 조사 힘들어
월북 일관 국방부·해경도 문제
야권선 對與압박용 장기전 다져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총격에 피살된 우리 공무원의 유족들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찾은 것은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유족의 행동에는 '월북'을 쉽사리 단정하고 나선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도 담겨있다.

청와대를 비롯해 여권은 일단 한발 물러나 사안을 지켜보는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경의 수색과 최종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발언 역시 청와대와 여권의 이 같은 마음을 엿보게 한다.

국민의힘은 일단 사안을 "장기화 이슈"로 삼고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밝혀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 국제 관심 받을까? … 아들 편지로 새롭게 드러난 정황들 = 일단 이날 유족의 유엔북한인권사무소 방문으로 US뉴스 등 외신들도 해당 사안을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이 지속될지는 실제 유엔이 조사를 할 것인지 여부다. 관련해서 아직 사무소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날 북 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 속에는 적지 않은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 주목된다. 일단 우리 해경이 추석 직전에 밝힌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에 반하는 정황들이다. 유족인 아들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우선 편지에서 피살 공무원은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은 영상통화를 통해 밝게 웃으며 아들에게 곧 보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정황은 피살된 공무원이 수영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항해사로서 바다의 위험을 잘 아는 이가 수영도 못하면서 심야에 바다에 뛰어들어 월북을 감행한다는 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앞서 해경은 국민의힘 현장 조사에서 "구명튜브는 건드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 알려져 있다.

또 피살된 공무원은 아들 학교를 찾아 공무원 생활을 소개할 정도로 공직 생활에 자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들은 편지에서 "이런 아버지가 어떻게 월북을 하냐"며 해경과 국방부의 월북 단정에 재고를 호소했다.

◇ 커지는 야권의 반발과 장기전 다지는 국민의힘 =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의 6일 유엔 북한 인권사무소 방문에는 국민의힘 내 '북한통'으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 함께했다. 하 의원과 태 의원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대표 권한 대행과 비공개 면담까지 함께 진행하면서 이 대표와 함께 목소리를 냈다. 사건의 진상이 단기간 내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전을 준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초 김종인 대표가 9월 26일에 하 의원의 주선으로 이 씨와 20여 분간 비공개 면담을 하면서 처음으로 만났으나, 이 씨는 3일 뒤인 같은 달 29일 혼자 외신기자회견을 여는 등 단독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5일 이 씨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날 때 다시 하 의원과 동행했고, 유엔 북한 인권사무소를 방문할 때에는 태 의원까지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민의힘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신 확보 및 송환 여부는 물론, 월북 여부, 국방부의 감청 시점과 청와대의 대응 등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피살 공무원의 아들의 편지에 "해경의 조사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여기에 유엔에서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기로 할 경우, 진실 규명은 더욱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기본 소득' 등 다른 의제와 달리, 이번 사건에는 당내 계파는 물론 범보수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슈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등 굵직한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 결집을 이루는 동시에 계속 여권을 압박할 수 있어, 반드시 붙잡아야 할 이슈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서해 피격 공무원의 아들이 쓴 편지는 유가족이 겪고 있는 단장(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며 "부디 억울한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고 위로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정황적 증거만으로 월북이라 단정하지 말고 최소한 사건의 전모를 공개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 정부의 '월북' 결론 뒤집히기 쉽지 않을 듯 = 하 의원은 이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비공개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총살정책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사하겠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유엔이 이 내용을 접한 뒤 실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이 자리에서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으로부터) 유해와 유류품 송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의원 또한 "북한군이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해서 불에 태우기까지 모든 과정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 주무부처인 보건성에 접경 지역에서 접근한 사람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답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통일전선부와 북한군 외에 다른 북한 주무 부처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주무부처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이러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답변 받는 과정을 통해 북한에 총살정책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이날 국방부도 찾아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들의 희망은 이뤄지기 쉽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국민의힘 현장조사에서 "월북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던 해경조차 추적을 앞두고 갑자기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결과를 내놓은 상황이다. 국방부와 해경의 이같은 태도는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정황증거만으로는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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