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여부 등 단기간 조사 힘들어
유엔 별도 조사땐 장기화 불가피
범보수 세결집 + 與 압박 셈법도
국민의당서도 비판 목소리 가세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의 6일 유엔 북한 인권사무소 방문에는 국민의힘 내 '북한통'으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 함께했다. 하 의원과 태 의원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대표 권한 대행과 비공개 면담까지 함께 진행하면서 이 대표와 함께 목소리를 냈다. 사건의 진상이 단기간 내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전을 준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초 김종인 대표가 9월 26일에 하 의원의 주선으로 이 씨와 20여 분간 비공개 면담을 하면서 처음으로 만났으나, 이 씨는 3일 뒤인 같은 달 29일 혼자 외신기자회견을 여는 등 단독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5일 이 씨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날 때 다시 하 의원과 동행했고, 유엔 북한 인권사무소를 방문할 때에는 태 의원까지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민의힘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신 확보 및 송환 여부는 물론, 월북 여부, 국방부의 감청 시점과 청와대의 대응 등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피살 공무원의 아들의 편지에 "해경의 조사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여기에 유엔에서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기로 할 경우, 진실 규명은 더욱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기본 소득' 등 다른 의제와 달리, 이번 사건에는 당내 계파는 물론 범보수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슈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등 굵직한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 결집을 이루는 동시에 계속 여권을 압박할 수 있어, 반드시 붙잡아야 할 이슈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서해 피격 공무원의 아들이 쓴 편지는 유가족이 겪고 있는 단장(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며 "부디 억울한 유가족의 슬픔을 보듬고 위로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정황적 증거만으로 월북이라 단정하지 말고 최소한 사건의 전모를 공개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하 의원은 이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비공개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총살정책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사하겠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유엔이 이 내용을 접한 뒤 실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이 자리에서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으로부터) 유해와 유류품 송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의원 또한 "북한군이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해서 불에 태우기까지 모든 과정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 주무부처인 보건성에 접경 지역에서 접근한 사람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답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통일전선부와 북한군 외에 다른 북한 주무부처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주무부처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이러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답변받는 과정을 통해 북한에 총살정책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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