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행 노동법이 4차 산업혁명 경제구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근로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산업화 시대의 경직된 노동법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동법 개혁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한국판 뉴딜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야간·휴일근로 할증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구조조정이나 저성과자 해고도 어려워서 기업들이 고용회피를 하거나, 웬만한 업무는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제로화' 같은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획일적으로 노동규제를 도입해 '좋은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금융업 일자리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중화 구조를 지적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 노동법이 이런 상황을 더욱 고착화 시키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도 파업장을 점거하게 해주고 사용자가 대체근로를 투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사용자가 강성노조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완전 막아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고용 친화적으로 갈 수가 없다. 결국 소수만 뽑아서 급여를 많이 주려고 할 것"이라며 "대기업 정규직은 많은 급여를 받고 비정규직은 급여가 적은 이중구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는 노동법 개정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노동법을 바꿔야 일자리가 생긴다. 저성과자들이 나가줘야 새로운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파업 때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만 강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절실한 부분"이라며 "정부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도입된다면 안 그래도 근로자 쪽에 치우쳐있는 노사관계의 '힘의 불균형'을 더욱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개혁 없이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한국판 뉴딜도 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도 따라가지 못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파업 참가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근로자의 임금 요구 등 노조 측의 부당노동행위는 따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도 기업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영계는 이런 법을 개정해 노사관계를 균형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노조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대체근로 제한조항은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이라는 관련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다"며 "처벌조항이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어 사용자의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상 (파업 시) 사용자의 대항수단인 '직장폐쇄'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사실상 쟁의대항수단으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쟁의수단인 노조의 직장점거도 일정하게 허용되는 상황에서 노사 간의 투쟁대등성은 이미 침해됐다. 사실상 교섭의 대등성에서도 사용자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