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초과하면 대책마련 의무화
전쟁·대규모 재해땐 적용 안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급속히 악화하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2025년부터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이미 재정악화가 심각해 당장 내년부터라도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대재정'의 예외규정을 두면서 '면피성' 준칙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60%,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 예고하고, 부처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기재부는 현재 국가채무 수준(올 연말 43.9% 예상), 중장기 재정전망, 고령화 속도 등을 감안해 이같은 국가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한도 비율 중 어느 한쪽만 충족했을 경우, 다른 한쪽 기준을 더 축소하는 보완적 재정준칙을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한도를 초과하면 지출 구조조정, 수입 증대 등 재정건전화 대책 마련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다만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채무비율 60% 한도 적용을 면제해 확대 재정이 가능토록 길을 열어뒀다. 채무비율 증가분은 그 다음해 25%, 2년차 50%, 3년차 75% 등 3년간 25%씩 가산하고, 4년차 이후부터는 100% 반영해 채무비율 한도를 맞추도록 했다.

또 통합재정수지 한도 -3%도 잠재GDP, 고용, 생산지표 등을 토대로 경기둔화로 판단하면 1%포인트를 더 낮춰 -4%로 기준을 완화하는 길을 열어놨다. 다만 기준 완화 기간은 연속 3년을 넘지 않도록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고, 한도 준수를 위해 이행기간이 필요하다며 재정준칙 적용 시점을 2025년을 정하고, 5년마다 한도 재검토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넣기로 했다.

한편 기재부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국회 제출시 구체적 재원조달방안을 첨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채무 상환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비율을 현재 3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악화, 위기 발생 때는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달아, 재정악화 속에서도 재정을 마음껏 늘릴 수 있는 길을 텄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의 엄격한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일각에선 "있으나 마나 준칙"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국가채무가 올해 말 약 850조원에서 2020년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이 작년 37.7%에서 올 연말 43.9%에 이어 2022년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도, 재정준칙 적용 시기를 5년 뒤인 2025년으로 설정한 것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책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재정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채무와 수지 준칙을 결합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한다"며 "코로나19 사태처럼 심각한 국가 재난이나 심각한 경제위기 등으로 재정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때 준칙이 제약 요인이나 걸림돌이 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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