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생한 공무원 피살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한국 해경이 공무원의 실종 여부를 인지하고 수색하는 과정에서 국제 재난 시스템을 통해 4차례의 구조 신호를 보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북한이 한국 공무원의 표류 상황을 알고도 총을 쏜 것으로 볼 수 있어 정치권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TF' 팀장을 맡고 있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 해경이 21일 한글로 2번, 영문으로 2번 총 4차례(오후 1시 53분, 1시 58분, 6시 30분, 8시 30분)에 걸쳐 해상교통문자방송으로 조난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며 "국제 항해 선박이면 이 문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해경은 이 문자가 국제 항해를 하는 선박에 발송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인근에 있는 선박들은 못 받았았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 의원이 언급한 해상교통문자방송은 네비텍스(NAVTEX·Navigation Telex) 시스템으로, 연안 항행 선박에 대한 해사 안정정보 수신에 사용된다. 1974년 해상인명안전협약'의 '세계 해상 조난 및 안전제도'에 따라 선박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주요 무선설비로, 한국은 1992년부터 도입했다. 팩스 형식으로 신호를 입력해 발송하면 수신 단말기가 장착된 선박이나 지상에서 인쇄돼 시각으로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북한 역시 지난 2009년 1월부터 평양과 함흥에 송신소를 설치했으며 서해의 경우 격렬비열도 인근까지 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측에서는 "해양수산부 측에 확인해본 결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지 실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12년도에도 사용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사용할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북한이 한국 공무원을 발견하기 전날 조난 신호를 전날 미리 접하고도 총격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사과 대신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김 위원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사과했다. 이마저도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나아가 27일에는 "우리 해군 서해 함대의 통보에 의하면 남측에서는 지난 9월 25일부터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시키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며 "남측의 행동은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시키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공동조사 제안을 북한이 신속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SNS에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며 "제반 문제를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신속히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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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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