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대출증가율, 2013년후 첫 비은행 추월 도·소매/숙박·음식/운수·창고 중소기업 여신 쏠려 건전성 지표 개선…"채무상환 능력 제대로 반영 못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취한 만기도래 대출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의 대응이 국내은행 건전성 지표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한국은행이 평가했다.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정책의도와는 무방하게 지표와 건전성 간의 괴리를 확대시켰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 후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9월)'의 '국내은행 대출의 주요특징'에서 "코로나19 이후 기업과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만기 미도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등으로 고정이하 여신비율, 연체율 등의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기연장, 원리금상환 유예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지표-건전성 간의 갭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은행은 코로나19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2020년 6월말 현재 대출증가율(10.1%, 전년동기대비)이 2013년 9월말 이후 처음으로 비은행(10.0%)을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 등에 집중됐다.
담보대출보다는 보증기관의 보증서에 기반한 보증부 대출과 신용대출이 늘어났다. 2019년 말 54.8%에 이르던 담보대출 비중은 53.0%로 줄었다. 보증부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늘어났고, 신용대출도 10.0%나 증가했다. 이에비해 담보대출 증가율은 6.8%에 그쳤다. 가계대출은 보증부 대출과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기업대출은 보증부 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줄어들던 신용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코로나19 리스크가 큰 업종에 대한 금융지원과 신용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작년 말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말 0.77%에서 올 6월말 0.71%로 6bp 하락했다.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6%에서 0.33%로 3bp 떨어졌다.
만기도래 여신의 상환이 정책적으로 지연되고, 원금과 이자상환이 유예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민좌홍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지원 조치가 실제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책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긴 한데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 영향이 장기화할 경우 채무상환능력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은은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종료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신용대출 증가세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은행의 신용위험 관리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은 "정부의 암묵적 지원 기대 등을 바탕으로 한 차주의 모럴헤저드 억제와 적극적인 금융중개기능과 건전성 관리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기업·가계의 부실가능성을 수시로 점검하고 부실대출 조기 선별을 위한 신용평가 역량 확충 노력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