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세입자들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산 새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피해를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대출받은 이들은 집을 제때 팔지 못해 대출이 취소되거나 비과세 혜택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결혼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세입자가 있는 신축 아파트 매수 계약서를 썼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세입자는 나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고 계약하라'고 해 그 말만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 세입자가 집에서 나가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다음달 중순이 잔금 치르는 날인데 A씨는 예비 신부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각자 2년을 부모님 집에 얹혀살아야 할지, 적은 돈으로 원룸이라도 구해 들어가야 할지 고심 중이다.
경기도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전세를 사는 2년차 신혼부부 B씨는 올해 12월 전세가 만기가 되는 집 매수 계약을 지난달 초 맺었다. 계약할 때만 해도 매수자가 실거주할 예정이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고 세입자도 수긍하고 이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경우라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는 내용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입자가 마음을 바꿨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C씨는 8월 중순 아파트 매수 계약을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더 넓은 집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 매수인이 실거주하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을 중개업소로부터 확인받았다. 하지만 막상 계약 당일 매도인이 '집이 팔렸다'라고 세입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세입자가 '전세를 더 살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부동산중개사는 매도인이 알아서 세입자를 내보낼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C씨는 결국 제날짜에 입주를 못 하게 되면 매도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D씨는 임대차법 시행 전 6월 세입자의 동의를 받고 분당 아파트 매도 계약을 했다. 당시 세입자가 11월 퇴거에 동의했지만 9월께 나갈 집을 구하지 못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야겠다고 통보하며 1000만원을 주면 11월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결혼 4년차 E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 처분 약정을 맺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기존 주택은 전세를 줬는데 집을 내놨으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서 집을 잘 보여주지도 않으려 한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F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을 2년간 임대로 주고 나서 매도하려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버리면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까지 내야 한다.
G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 내년 3월까지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해 양도세 50%를 내게 됐다. 50대 H씨는 1가구 2주택자로 올해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 세제 혜택도 있지만 집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기로 해 놓고는 최근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절대 집을 보여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계약을 갱신해도 전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H씨는 매일 세입자에게 퇴거를 부탁하며 사정하지만 세입자는 H씨의 처지를 비아냥거리는 문자만 보내고 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