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고공행진을 이어온 철광석 가격이 넉 달 만에 한 풀 꺾이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칭다오항에서 거래된 수입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당 124.65달러를 기록했다. 톤당 130.17달러를 기록해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지난 14일과 비교하면 약 5.5달러 하락한 수치다. 국제 철광석 가격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62% Fe 분광의 북중국 항구 도착가는 17일 기준 122.36달러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14일 기준으로 보면 약 6%가량 하락했다.
올해 초 90달러 초반대를 유지한 철광석 가격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5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로 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시자료를 보면 5월 8일 철광석 가격은 83.06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이달 11일 현재 126.03달러로 넉 달 만에 40달러 이상 치솟았다. 이는 국제 철광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철광석을 대거 유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철광석 가격이 최근 들어 다시 하락한 배경엔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업체 중 한 곳인 브라질 발레(Vale)사가 철광석 생산용량을 연간 4억톤으로 확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발레사는 17일 현지 언론을 통해 철광석 생산용량을 4억톤으로 확대하고 향후 4억5000만톤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광미댐 붕괴 사고 발생 전인 2018년 연간 철광석 생산량(3억8500만톤)보다 많은 규모다.
앞서 발레사는 지난해 1월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시 인근 브루마지뉴 지역 광산에서 3개의 댐이 붕괴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브라질 법원은 발레에 8개 광미댐에 대한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렸고 발레는 댐 운영 정지로 남동부 부르쿠트(Brucutu) 광산과 남부 소재 바르겜 그란데(Vargem Grande) 광산 운영을 중단했다.
이곳의 철광석 생산능력은 각각 3000만톤, 1300만톤으로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11%를 차지한다. 발레사는 지난 6월 초 일부 광산의 생산을 재개했고 현재는 철광석 생산이 모두 가능할 정도로 시설이 완벽하게 복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철광석 재고량이 충분하다는 점도 철광석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줬다. 컨설팅 기관 상하이 스틸홈에 따르면 철광석 항만 재고량은 지난주 1억1900만 톤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 인하에 국내 철강업계는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이번에 하락한 철광석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3~6개월가량 소요되는 만큼 철강 제품 인상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생산량이 늘어나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가파르게 치솟는 철광석 가격으로 적잖은 부담을 느꼈는데 다행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하된 철광석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6개월은 걸린다"며 "당초 예고한 철강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