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과징금 불복' 항소심 승소 페북 접속경로 변경 인정해준셈 넷플릭스-SKB 소송 영향 촉각 "글로벌기업 규제 집행 솜방망이 강제성 없는 권고, 효력 있을지"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의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했다.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진통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 업계에서 넷플릭스법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방통위 또 패소…법원 "망 풀질 의무 사실상 통신사에"=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은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용자의 현저한 이익을 해하는 방식으로 행하지 않았다"며 "(방통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방통위는 2018년 3월 페이스북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를 했다며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페이스북과 방통위 간 행정 소송은 앞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의 임의 변경과 고의적 속도 지연 논란에서 촉발됐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KT의 캐시서버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접속경로를 홍콩과 미국으로 우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페이스북 이용 시 속도가 느려지는 불편을 겪었다.
항소심에서는 원고(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의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는 이용제한 행위에는 해당하지만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 해도 50에 대해 처분할 일을 100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고 판결했다.
◇ SKB-넷플릭스 소송에 어떤 영향주나= 페이스북-방통위 소송에서, 재판부가 망 품질 책임을 통신사들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또 다른 법정공방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첫 변론기일은 내달 30일이다. SKB는 앞서 지난해 11월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급증시켜 망 유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방통위에 문제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넷플릭스에 망 증설 비용과 사용료 등을 부담시키기 위한 취지였으나, 넷플릭스는 방통위 중재 결정을 앞두고 돌연 소송을 제기했다.
콘텐츠 업계는 이용자 보호를 앞세워 부가통신사업자에도 서비스 품질의무를 부과한 넷플릭스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판결로 망 품질 유지는 통신사들의 몫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반대로 방통위는 믿었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난처한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2심에서 방통위가 패소하기는 했지만, 재판부가 이용자 피해를 인정한 부문은 의미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통신사들은 "넷플릭스법 통과 이후, 소비자들의 피해가 큰 접속변경 등을 막도록 하는 시행령 등이 마련되는 등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의 판결문을 분석,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1심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지연이나 불편은 있었으나 이용제한은 아니라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현저성에 대해서는 그 당시 피해를 입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