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오디오 시스템은 마치 와인잔과 같습니다. 소리를 원작자 의도 그대로 깨끗하고 투명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죠. "
삼성전자 사운드랩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선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수석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사운드랩은 삼성전자의 가전·모바일·웨어러블 등 모든 제품에 탑재되는 효과음이 탄생하는 곳이다.
김 수석 연구원은 사운드랩의 궁극적인 목표는 원작자의 의도대로 왜곡 없이 소리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수석 연구원은 "음향 콘텐츠가 다양한 취향이 담긴 와인이라면, 오디오 디바이스는 투명한 와인잔처럼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운드랩의 노력은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멀티미디어를 즐길 때 사실 사운드 경험이 반"이라며 "공포영화인데 소리가 안 나거나 코믹한 음악이 나오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처럼, 콘텐츠를 즐길 때 화질도 중요하지만 사운드의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운드랩은 오랫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운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배 삼성전자 영상디플레이 수석 연구원. <삼성전자 제공>
이날 김선민 수석 연구원과 함께 만난 김종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수석 연구원은 무빙 사운드, 액티브 보이스, Q-심포니 등 3가지를 올해 사운드랩 주요 성과로 꼽았다.
무빙 사운드는 '인공지능(AI) 퀀텀 사운드'로 영상의 움직임을 따라가 입체적인 사운드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무빙 사운드는 영상 속 사물이 움직이면, TV에 탑재된 스피커를 따라 사운드도 함께 움직인다. 자동차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이면 소리도 그 방향을 따라가고, 무거운 물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 소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실제 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김종배 수석 연구원은 "기존에 TV에서 2채널 음향을 지원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6개의 스피커를 탑재했다"며 "이로써 좌우 측면, 아래, 위쪽 각각 2개씩 총 6개의 스피커를 배치해 모든 방향에서 사운드가 나올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쪽에도 스피커를 탑재함에 따라 수직 방향으로도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입체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는 데 성공하면서 무빙사운드는 TV 시장에서 새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액티브 보이스는 주변 소음을 감지해 사용자로부터 최적의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 TV 하단 중앙에 부착된 '사운드 센서'가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인식한 후 TV 소리보다 주변 소음이 작을 경우엔 그대로 재생하고, TV 소리보다 주변 소음이 클 땐 TV 내 음성을 키운다.
김선민 수석 연구원은 "일반 가정집에서는 믹서기, 청소기 등 생활소음으로 리모컨을 찾아 볼륨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며 "액티브 보이스는 이런 주변 소음을 인식하고 리모컨 없이도 스스로 볼륨을 키운다"고 말했다.
액티브 보이스는 청소기 등 소음이 발생할 때 효과음과 배경음은 그대로 두고, 대사만 추출해 볼륨을 키운다. 사용자는 생활소음 속에서도 대사만 명료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김선민 수석 연구원은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TV 콘텐츠에서 '대사'의 비중이 가장 큰 만큼, 대사를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액티브 보이스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은 키우지 않고 대사만 추출해 볼륨을 키우는 동시에 주변 소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 초 'CES 2020'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Q-심포니 역시 사운드랩의 주요 성과로 지목된다. 지금까지는 TV와 사운드바가 각각 독립적인 제품으로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2020년형 QLED TV에 위쪽 방향 스피커가 생기면서, TV와 사운드바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Q-심포니는 TV 스피커와 사운드바가 동시에 소리를 재생해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낸다.김종배 수석 연구원은 "사운드바가 담당하는 소리가 따로 있고, TV 스피커가 담당하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Q-심포니는 사운드바와 TV 스피커에서 상황에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심포니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기기들이 함께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있어서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Q-심포니는 그 차이를 최소화하며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사운드랩은 디자인 혁신에 발맞춰 음향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즐거운 음향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연구 목표로 삼았다. 김선민 수석 연구원은 "보르도 TV가 출시되면서 과거 TV 양옆에 있었던 스피커를 과감히 없앨 수 있었다"며 "이는 디자인 혁신에 발맞춰 음향 혁신도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디자인이 발전할 수록 전자기기는 더 작아지고, 얇아지길 마련"이라며 "지금 TV 역시 충분히 얇아졌음에도 기존에 있던 TV보다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