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 의협회관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출입문 보이는 곳이 전공의협의회 사무실이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이어오던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한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의료 공백 우려를 키웠던 의료계의 집단 휴진이 일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 라이브 방송에서 "법정 단체인 의협(대한의사협회)이 정부 및 국회와 날치기 서명함으로써 명분이 희미해졌다"며 "지금의 단체행동은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이어왔던 단체행동을 중단하고 잠정 유보한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업무 복귀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공의들은 7일 현장 복귀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 4일 의과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이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여당과 의협이 협상 끝에 합의안을 내놨지만 대전협은 "전공의를 패싱하고 진행한 졸속 합의"라며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과정에서 진료 복귀와 투쟁 수위 등을 논의하던 의대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파업 강행에서 잠정 유보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전임의, 의대생 등과 젊은의사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 중단과 의사 국가고시 응시 여부 등을 논의하며 의협과 정부의 합의에 따라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되 비상사태를 유지해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감시하자는 의견을 냈다. 의료계의 목소리가 분열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단체행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대전협은 박 위원장 불신임 안건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으나 참석 대의원 197명 중 반대 126명, 찬성 71명으로 부결시켰다.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자는 박 위원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전공의들이 복귀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박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면 파업이 끝난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단계적 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가다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 재논의를 명문화했다"며 "만족스럽지 않지만 젊은 의사들이 결집해 언제든 의료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단체행동을 유보하더라도 분노와 참담함을 새기고 근본적 문제를 혁파해야 한다"며 "우리의 개혁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젊은의사 비대위 집행부의 전공의 복귀 결정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교수 비대위는 "젊은 의사들이 독단적으로 진행되던 정책 추진을 중단시키고 원점에서 재논의되도록 한 것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며 "합의된 내용이 투명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향후 정책이 다시 독단적으로 추진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강력한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