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무시 부정거래 혐의 등 총 11명 기소 변호인단 "국민신뢰 훼손" 비판
삼성 이재용 '시세조종·배임' 기소 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1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코로나19 사태에 미·중 무역전쟁 등 경영 불확실성, 삼성을 표적으로 한 정부여당의 입법 리스크,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트리플 악재'가 밀려오면서 우려하던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는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나리오에 따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주가 조작과 거짓 정보 유포 등 불법이 발생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부회장은 지시자 또는 공모자로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김종중 전 사장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위증 혐의도 뒀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 유지는 수사에 참여한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책임진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고 진행한 것"이라며 "납득할 수 없고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주가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까지 불기소 권고를 했음에도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이미 4년 반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부회장과 삼성은 이번 검찰 기소로 최소 5년 이상 재판에 발이 묶이게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 등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총수 부재가 삼성의 경영시계를 사실상 멈추게 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여당이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어 삼성의 불안감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이 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사실상 지배구조가 무너지고, 외국계 자본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