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업무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단체행동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두 차례 한시적 파업에 이어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공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진료 공백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을 대신해 교수들이 수술과 환자관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미 업무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로 구성된 의·정 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재논의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 시 의료계가 공동 대응한다는 합의안이 작성됐지만 협의회에 의해 부결됐다. 정부의 일방적인 합의안에 대해 대화 의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의료계의 불신을 자초한 정부 책임이 크다. 의대 정원 확대, 국립 공공의대 신설, 비대면 진료 도입 등의 이슈는 그동안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해온 가장 예민한 현안들이다.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 의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건 어찌 됐든 잘못한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의료계 지원과 협조가 절박한 상황인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정책을 공식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공공의대 문제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하기 어려운 대(大) 악수다. 보건복지부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키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고 기절초풍할 일이다. 정원 확대는 명분일 뿐 실제 저의는 공공 의대 추진에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딸을 의학전문대학원에 특혜·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빗대 "공공의대가 조국 딸 양성소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를 정부는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재앙 극복은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사안이다. 여기엔 의료계의 절대적인 협조와 헌신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의사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려면 먼저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무시험 공공 의대' 정책의 철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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