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딥러닝 방식 보완… 적은 데이터로 학습범위 확장 목표 R&D 복수 연구팀 꾸려 일부 중도탈락 없이 끝까지 지원 로봇 공존시대 행동지능 필수 과제… 원천기술 5년간 집중연구
이현규 과기정통부·IITP 인공지능·데이터 PM (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
'디지털-뉴노멀'의 미래를 묻다
⑥ 이현규 과기정통부·IITP 인공지능·데이터 PM
"AI(인공지능)가 산업현장에 제대로 쓰이려면 현재의 기술 한계를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 지금이 AI 영역에서 글로벌과 겨뤄볼 마지막 기회다. 차세대 AI 기술 개발에 도전해 학습방법론, 신뢰성, 활용성 문제를 극복하겠다."
이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AI·데이터 PM은 "모두가 AI를 얘기하지만 몇몇 거대 테크기업을 제외하면 산업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곳에 AI를 쓰려면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과 지금의 기술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올 3월 과기정통부·IITP AI·데이터 PM에 선임된 이현규 PM은 지난 몇달간 차세대 AI 기술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준비에 매달렸다. 작년 12월 확정한 국가 AI전략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술 확보가 목표다. 정부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AI R&D 과제가 내년에 대부분 종료하는 데 따른 후속사업이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IITP 서울사무소에서 이 PM을 만났다.
이 PM은 "최근 1000쪽이 넘는 사업기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면서 "예타를 거쳐 2022년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규 PM은 서울대와 KAIST 대학원(석·박사)에서 SW와 AI를 전공한 전문가로, 국내 대표 SW기업인 핸디소프트의 창업멤버로 참여해 '아리랑'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다. 홈네트워크 스타트업을 설립해 사업가로도 활동한 이 PM은 NHN 모바일센터장, KT 오픈플랫폼본부장, KAIST 스마트에너지 AI연구센터 교수를 지냈다.
정부는 작년 12월,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1조원 내외의 차세대 AI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PM은 "차세대 AI는 학습방법론, 신뢰성, 활용성의 도약을 의미한다"면서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알고리즘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딥러닝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하나만 안다는 한계가 있다. 정해진 데이터를 토대로 훈련받은 대로만 작동하고, 또 다른 훈련을 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차세대 AI 사업의 목표 중 하나는 적은 데이터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AI가 배우는 방법을 배우거나 힌트를 얻도록 해서, 일부 데이터만 갖고도 훈련을 하고, 원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가지면 데이터의 양에서 절대적 열세인 우리나라가 기회를 쥘 수 있다.
이 PM은 "그동안의 AI 경쟁은 대부분 데이터가 많은 곳의 승리였다"면서 "우리는 태생적으로 데이터 양에서 밀리는 만큼 이를 뛰어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러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학습을 효율화하고 학습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에도 도전한다. 세계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이 PM은 "아직 승자가 없는 분야이니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면서 "국내 연구자들을 믿고 싸워보려 한다"고 말했다.
도전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R&D 지원방식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복수의 연구팀을 선정해 지원하되, 중간평가를 거쳐 일부 팀만 유지하는 콘테스트 방식이 아니라 끝까지 모든 팀이 함께 가는 것이다.
이 PM은 "콘테스트 방식에서는 경쟁에서 진 기술은 지원이 중단돼 사장되는데, AI 알고리즘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다"면서 "똑같은 문제를 여러 팀이 동시에 출발해 풀면서,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결과물을 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제를 대형화하는 것보다는 실력 있는 몇몇 전문가가 팀을 이뤄 집중적으로 문제에 매달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도전적 연구인 만큼 실패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사업 조정을 허용하되, 잘 하는 팀에는 인센티브를 줘서 경쟁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알고리즘 연구주제 9가지 중 2가지를 제외하고 이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PM은 "도전을 좋아하는 신진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예타 통과 후 대학이나 기업을 다니면서 실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AI의 활용성 한계 극복은 기존 기술의 고도화와, 전혀 새로운 기술적 접근 두 가지를 모두 시도한다. 사람들이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 손짓, 발짓까지 보면서 소통하듯이 AI도 동시에 여러 감각을 인지하는 멀티모달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순서를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차례를 정해가며 연속적 문제를 푸는 행동지능 기술도 중요하다.
이 PM은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시대에는 행동지능이 중요한데 아직 많은 연구가 안 돼 있다"면서 "우리도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AI의 신뢰성도 중요한 이슈다. AI가 내린 결정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가능한 '설명 가능한 AI' 개발이 대표적인 기술적 과제다. AI의 공정성과 견고성, 윤리성도 장기적이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의제다.
이 PM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적절하고 유익하게 쓰일 수 있도록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기술자와 법률가, 사회 각 영역에서 참여해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PM은 "AI가 달라지는 사회적 틀에 대한 수용 능력도 갖춰야 한다"면서 "윤리성·견고성·공정성 등의 기준이 바뀌었을 때 AI 시스템이 그에 맞춰 바뀔 수 있도록 검증·정상화·재훈련하는 툴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AI 연구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5년 내에 핵심 기술개발을 끝내고 이후 응용과 산업체 활용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PM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만들어도 꿰지 않은 상태"라면서 "산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가장 잘 써서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하도록 집중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최고의 알고리즘보다 최고의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의미 있는 수준의 알고리즘을 기업들이 빨리 접목하도록 돕는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이현규 PM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를 받은 SW·인공지능 전문가다. 핸디소프트 SW 설계·개발 담당 기술이사와 아이크로스테크놀로지 대표(창업), NHN 모바일센터장, KT 오픈플랫폼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SW·인터넷·통신업계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KAIST 스마트에너지 AI연구센터 교수를 거쳐 지난 3월 과기정통부·IITP AI·데이터 PM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