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년때 프로그래밍 첫 발
기술로 현실 바꾸는 과정 쾌감
맞춤정보 필요한 희귀병 환자들
제대로 관리·치료받게 기여할것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가 희귀·난치병 환자를 위한 맞춤정보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가 희귀·난치병 환자를 위한 맞춤정보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③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


“SW(소프트웨어)의 매력은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치와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변화가 눈으로 바로바로 보인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최고기술책임자·32)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도 10년 뒤 아마존이 어떤 기업이 될 거냐는 질문에 ‘대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디지털 세상은 변화무쌍하다”면서 “상상만 하던 미래 세상을 앞서서 만들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우 CTO는 ‘프리랜서 SW개발자’ 경력만 18년에 달하는 ‘타고난 SW 개발자’다. 중학생이던 2002년 다니던 학교 홈페이지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생활과 주변의 필요가 보이면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하길 즐겼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레고 블록은 나만 재미있게 만들면 끝인데 프로그래밍은 재미와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더라”면서 “웹게임이나 검색엔진을 개발해 서비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한 후 대학 언어정보연구원의 IT 인프라를 관리하고, 연세현대한국어사전 웹버전을 개발하기도 했다. 초등검정교과서 말뭉치 분석과 통계 스크립트 개발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참가한 과기정통부·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SW마에스트로’ 사업이 전환점이 됐다. 3명이 팀을 이뤄, 2012년 6월부터 1년간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한 주식투자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CTO는 “KAIST 대학원에 입학하고도 매주 서울을 오가며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개발한 서비스를 하루에 수천명이 다운로드해 쓰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쁨에다 인맥까지 덤으로 얻은 막연하게 꿔 오던 꿈을 구체화했다. KAIST 석사(컴퓨터과학과)를 거쳐 카카오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 여간 SW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카카오 계정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그런 그는 카카오를 나와, 희귀·난치질환자들을 위한 맞춤 데이터·건강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를 공동 창업했다. 회사의 대표 서비스는 희귀·난치환자를 위한 맞춤정보 플랫폼 ‘레어노트’와 산모를 위한 맞춤정보 플랫폼 ‘마미톡’이다.

이 CTO는 “세계적으로 희귀·난치병 유병인구가 3억5000만명에 달하고, 질환 종류만 7000종에 달하는데, 환자나 가족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마케팅 문구 외에는 극히 제한돼 있다”면서 “이들이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고, 국내외 의학뉴스, 연구논문, 임상연구 현황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질병과 치료제 정보에 목마른 이들에게 ‘노이즈’ 없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30명의 직원과 자회사 마미톡 직원 12명 대부분이 데이터와 플랫폼, 사업개발 관련 일을 한다.

레어노트 앱은 현재 유전성 망막질환, 리소좀 축적질환군 등 총 21가지 질환을 다루고 있으며 서비스 대상 질환의 유병인구은 21만명이다. 앞으로 대상 질환을 확대할 예정이다. 질환을 앓는 환우회들과 협약을 맺고 환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현재 회원환자는 약 5000명이다. 최신 의학지식과 개발 중인 치료제, 개인 유전체 데이터 등을 분석하면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줄 수 있다. 유전체 데이터는 사람의 특이성과 질환 관련 정보가 담긴 WES(전체엑솜염기서열) 정보를 모은다.

이 CTO는 “수집한 WES 데이터를 해석해 가면서 유의미한 정보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까지 라벨링을 해서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투명하고 무결한 데이터 관리와 공유를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그러면서 제약사나 임상연구기관 등에 데이터를 공급하고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환자들에게 보상한다. 데이터 유출방지와 권리자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회사가 모은 희귀질환 유전 데이터는 국내 대형 병원이 1년간 수집한 데이터보다 많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경쟁이 뜨거운 시장이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투자한 23앤드미(23andme)가 다국적 제약사 GSK에 유전자 정보를 독점 제공하면서 3억달러의 투자를 받고, 제넨텍과 파킨슨병 연구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성인 인구 절반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한 디코드제네틱스의 자회사 넥스트코드헬스는 암젠과 우시에 인수된 후 약 32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CTO는 “2024년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3분의 1 이상을 희귀질환 치료제가 차지할 전망”이라면서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가능성을 눈여겨본 기업들과 협력에 나서고 있다. 작년 2월 이베이코리아 옥션과 공동 마케팅 등 플랫폼 연계를 위한 MOU를 맺고, 같은 해 10월에는 유틸리티 토큰 ‘흄(HUM)’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원화마켓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비밍이펙트’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희귀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알리고 치료법 연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 자회사를 통해 출시한 마미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만에 전국 10대 산부인과 대부분과 계약을 맺었고, 지난 7월에는 세계적인 의료영상장비 기업인 GE헬스케어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회사는 국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한투파트너스, 나우IB, 녹십자 등에서 총 9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다음 투자라운드도 진행 중이다. 비즈니스모델을 확고히 만든 후 3~4년 후 상장도 목표로 한다.

이 CTO는 “환자들은 구글링 해서 나오지 않는 정보에 목말라하고, 어려운 의학용어가 아니라 이해 가능하게 서술된 정보를 필요로 한다”면서 “기술발달과 더불어 질병·유전자·치료제 정보가 공유됨으로써 의료체계가 급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W마에스트로 멘티 출신인 그는 멘토로 역할을 바꿔 참여하고 있다.

이 CTO는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멘토에 선정돼 올해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테헤란로에 위치한 연수센터와 회사가 가까워 킥보드를 타고 수시로 오간다”면서 “3개 팀의 멘토를 맡아 SW 개발 경험을 전수하고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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