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결국 무혐의로 결론 냈다. 지난 5년간 수차례 현장조사를 포함한 전방위 조사를 벌여왔지만,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체면만 구긴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공정위가 무리하게 조사를 벌이면서까지 '기업 때리기'에 골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24일 "(한화그룹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거래 행위의 경우 관련 시장에서의 통상적 거래 관행, 그룹 또는 특수관계인의 관여·지시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한 점을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데이터회선, 상면(전산장비 설치 공간) 서비스 거래행위도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무혐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조사방해 행위 건도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김동관 50%, 김동원·김동선 25%씩)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던 한화 S&C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한화 등 22개 계열사들은 거래 조건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거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한화S&C와 1055억원 규모의 앱 관리 서비스(AMS) 거래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23개 계열사는 한화S&C에 회선 사용료를, 27개 계열사는 상면료를 각각 고가로 지급했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한화 측 혐의를 끝내 입증하지 못했다. 전원회의 주심을 맡은 윤수현 상임위원은 "AMS는 의심할만한 정황은 있으나, (공정위)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회선, 상면서비스도 심사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정상가격 입증이 안됐다"며 "증거부족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정상가격이란 기업 간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가격을 뜻한다.
공정위는 두 차례 현장조사 때 한화시스템 소속 직원 5명이 컴퓨터 파일을 '삭제 프로그램'으로 삭제하거나,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자료를 갖고 빠져나가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한 점도 '조사를 방해할 의사가 상당했다고 보기 어려워'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윤 상임위원은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행위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개정됐다"며 "위반행위 입증에 대한 문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한화그룹의)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거래 행위의 경우 관련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 그룹 또는 특수관계인의 관여·지시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한 점을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로 결정했다"며 "데이터회선, 상면(전산장비 설치 공간)서비스 거래행위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무혐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