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편성했던 대북 구호지원 사업 예산 약 800억원 중 80% 이상을 올해로 이월하거나, 불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집행한 17% 가량의 예산 역시 관련 사업 중단에 따라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걸 회수하면 예산 집행액은 '0원'으로, 예산 편성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북측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묻지마' 식으로 혈세를 편성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9년 회계연도 기준 대북 구호지원 사업 계획현액은 815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민간경상보조금 670억4900만원, 해외경상이전비 144억9000만원 등으로 구성한다.

구호지원 사업은 북한지역의 자연재해 및 전염병, 식량난 등 북한주민 고통을 경감하고, 기본적 생존권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쌀 구매, 국내 운송 등을 위한 민간 경상 보조금은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72억6000만원은 올해 연도로 이월되고, 397억8900만원은 불용처리됐다.

해외경상이전비가 137억8200만원이 집행됐으나 7억원이 불용 처리됐다. 집행액은 유엔 산하의 식량원조기구인 세계식량계획(WEP)을 통해 북한으로의 쌀 운송, 북한 현지에서의 배분 등을 위해 편성됐다. 그러나 작년 7월 북한의 수령거부 입장이 확인돼 사업이 중단됐다. 정책처는 "WEP에 기지급한 사업관리비의 회수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집행된 예산을 회수할 경우 실 집행금액은 '0원'이다. 정책처는 또 "WEP와 맺은 업무협약에 사업관리비 회수의 조건, 범위 및 기준 등에 사항이 명확하게 적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관리비 회수 협의를 위한 대응방안 강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산가족교류 지원 사업과 남북공동 유해발굴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북측 의사가 확실치 않은데도 관련 물품 구매에 10억원 이상을 썼지만, 물품은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

이산가족교류 지원 사업에는 48억원을 투입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시스템 및 화상상봉장 설치하는 사업이 포함된다. 우리 정부는 화상상봉 추진에 수반되는 UN 대북제재 등 문제 해소를 위한 사전 절차를 진행했고, 곧바로 작년 4월 TV, 영상단말기, 조명설비 등 대북지원 물품을 구매했다. 여기에 쓰인 돈은 4억8000만원이다. 해당 물품들은 올해 6월 말 기준 북한 측과 이산가족 화상상봉 실시 등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달되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데 그쳤다. 정책처는 "지원물품에 대한 북한 측의 수령의사, 지원물품의 수요와 전달 시기 및 방법 등 구체화돼야 할 사업 소요와 시행 방안에 관한 북한 측과 사전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예산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사업 추진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납북공동 유해발굴 지원 사업은 7억3500만원 중 68%인 5억3000만원을 집행했다. 해당 예산은 2018년도에 필요 사업기간 부족으로 집행되지 못했다가 2019년도로 이월된 금액이다. 정부 측은 화상상봉과 마찬가지로 관련 절차를 밟은 직후 지뢰탐지장비, 굴삭기 등을 구매했지만, 역시 전달되지 못한 채 올해 6월말 현재 보관 중에 있다. 사업의 추진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 측이 북에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응답이 없어서다. 자연스레 나머지 2억3200만원에 대해선 불용이 발생했다. 예정처는 "기존 구매한 대북지원 물품은 그 소요가 불명확해진 상황"이라며 "장기 보관에 따른 매몰 비용 발생 등 비효율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연합뉴스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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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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