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심화영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62억원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7년 만에 20일 최종 승소했다. 2013년 조세피난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61·사진)의 이번 대법원 승소는 해묵은 세금반환소송을 끝낸 것이지만, 과거 오너리스크를 완전히 종식시켰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는다.

이 회장이 CJ그룹 회장에 오른 것은 2002년 3월. 2011년 3월부터 2016년까지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 이 회장은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2심에 파기환송심까지 3년 넘게 법정공방을 벌였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2016년 광복절에 재계 총수로는 유일하게 8.15 특별사면에 포함돼 석방된 뒤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복귀 후 2017년 '그레이트 CJ'라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CJ그룹은 '수익성 중심의 내실다지기'로 방향을 틀고, 브랜드 경쟁력과 R&D(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미리 코로나19를 보고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불필요한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현금 확보를 한 셈이 됐다. 올해 코로나19로 롯데·신세계를 필두로 유통기업들이 휘청일 때 CJ는 CGV와 푸드빌 등 영화·외식 계열사의 타격에도 핵심인 제일제당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2018년 CJ제일제당은 슈완스컴퍼니 인수로 미국 전역에 걸쳐 식품 생산과 유통, 인프라,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K-푸드 확산 플랫폼'도 확보했다. 슈완스 분기 매출은 1분기에 이어 70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의 직접적인 영향하에 있던 중국에서도 매출이 35% 증가했고, 베트남의 경우 만두 등이 60% 이상 성장했다.

CJ는 올해 투썸에 이어 뚜레쥬르 매각까지 코로나19발 유통사업 체질개선에 나선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그룹 내 외식사업에 대한 전략을 크게 수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비고'라는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만든 브랜드도 이달 CJ제일제당의 상표권 100% 확보로 교통정리했다.

CJ는 앞으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이라는 3대축 중심의 사업구조 구축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도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간 운송물량 감소가 대한통운의 글로벌 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2분기 로나19에 따른 소비 확산으로 택배 매출과 영업이익이 2분기 증가했다. CJ E&M은 코로나 영향, 광고시장 축소 등으로 인해 전략적인 교차 편성과 제작비 슬림화를 통한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로 언택트 수혜를 입은 CJ오쇼핑은 하반기 패션·건강식품 공략에 고삐를 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세금반환소송은 과거 CJ그룹의 비자금수사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 맞지만, 그룹 차원의 대응이 아닌 이재현 회장의 개인적인 소송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승소로 큰 부담을 던 이재현 회장의 CJ 체질개선을 위한 결단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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