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4년 만에 2배 이상 커진 가운데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 인프라 확충과 생태계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7일 공개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6년 150억 달러(약 18조원)에서 지난해 388억 달러(약 46조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해당 품목 수출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연 평균 12.8%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6억83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무역협회는 올 상반기에 배터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4.0% 줄어든 22억17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연간 50억 달러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10대 제조사를 기준으로 집계한 출하량 점유율에서는 한국이 2016년 9.5%에서 올해 34.5%를 기록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중국은 감소세를 보이며 32.9%에 머물렀고, 일본은 2018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올해 26.4%까지 점유율이 줄었다.

보고서는 최근 배터리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 구축에 따른 단가 하락과 글로벌 합종 연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직계열화 등을 시장 경쟁 심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생산의 93.8%를 차지하는 한·중·일 간 각축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핵심 경쟁력을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재 원천 기술의 경우 한·중·일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하는 만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특허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중국이 먼저 특허 수에서 한국을 추월한 뒤 시장점유율 1위까지 뺏어간 점을 들며, 관련 특허와 상용화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리튬, 니켈 등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전기차 충전소와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전·후방 산업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등도 주요 과제라고 보고서는 지목했다.

손창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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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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