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곤두박질치는 정유사업으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자회사 상장 및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자 SK그룹의 미래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로 보인다.
17일 SK이노베이션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1318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960억원이었는데, 지난 3월 말 기준 3조7254억원으로 오르더니 6월 말 기준으로는 4조원을 넘었다.
반년새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8% 증가한 것이다.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8년 말 4조5721억원에서 올 상반기 6조2437억원으로 급증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으로, 기업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SK이노베이션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경영위기와 무관치않다.
이와 관련,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전대미문의 위기"라고까지 표현했다. 회사는 이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의 유동성 확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동성 확보가 위기 대응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으로 키우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도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에서 창출한 수익을 바탕으로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사업의 무게추를 전기차 배터리 쪽으로 서서히 옮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총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100GWh까지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 제 2공장, 미국 조지아주에 제 1·2공장을 짓고 있다. 헝가리 제 2공장에는 9400억원, 미국 제 1·2공장에는 3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중국 EVE에너지와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배터리공장을 공동 설립하기 위해 579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1조원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금액으로 가정한다면, 앞으로 5조원이 넘는 추가 투자가 집행될 수 있다. 대다수의 투자건이 아직 집행 과정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은 막대한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에만 2조21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투자여력을 상실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현금성 자산 확보와 더불어 자회사 상장,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재 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를 내년 초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최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이르면 다음달 중 1조원 규모의 페루 석유광구 매각 자금을 받겠다는 목표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