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수입 세수 진도율 45.7% 그쳐 3차 추경에 국가채무 840兆 넘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역대 최대'
강미자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오른쪽)과 장영규 조세분석과장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월간 재정동향 2020년 8월호 발간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8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는 9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0조5000억원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모두 재정수지 월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큰 수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을 판단해볼 수 있는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수입 줄었는데 지출은 '펑펑'= 당장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3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정부가 올해 1년 내내 걷기로 한 세금 목표치 가운데 실제 걷힌 금액을 나타내는 세수 진도율(2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도 45.7%로 지난해(53.2%)에 비하면 7.5%포인트(p) 떨어졌다.
이처럼 세수 진도율이 지난해보다 지지부진한 이유는 소득세(40조9000억원), 법인세(29조3000억원), 부가가치세(31조원) 등 사실상 세수 전반을 지탱하는 굵직한 항목들이 덜 걷혔기 때문이다. 세목별 진도율을 살펴보면 소득세는 46.2%, 법인세는 45.5%, 부가가치세는 45.2%로 지난해 대비 3.6~13.8% 떨어졌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조5000억원이 덜 걷혀 현재까지 누계액 기준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대로 6월 총지출은 56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9000억원, 1~6월 누계로는 316조원으로 31조4000억원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전시(戰時) 재정'을 지난 5월 말 언급한 이후 지출 폭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 전시 상황이다.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불을 끌 때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확장 재정을 역설했다.
올 상반기 재정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일반회계가 25조1000억원, 특별회계가 2조9000억원, 기금이 13조9000억원 각각 늘었다. 정부가 온 국민에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보험기금(고용유지지원금, 구직급여 등) 등 씀씀이가 크게 늘어난 점이 총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 과장은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과 세목 특성상 매년 6월 수지는 적자를 보여온 데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관리재정수지 월별 패턴, 세정 지원에 따른 하반기 세수 유입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연말에 정부 전망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111조5000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날 것으로 봤다.
◇수해 빌미로 4차 추경 군불 떼는 與= 그러나 정부 예상과 달리 재정이 더 악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최근 발생한 수해를 빌미로 4차 추경안 편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4차 추경안을 편성할 때 앞서 전 국민에게 지급한 바 있는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4차 추경안이 현실화하면, 이는 1961년 이후 59년 만에 편성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만 3차례에 걸친 추경을 편성해 앞선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4차 추경안 편성에 대한 의견을 묻자 "목적예비비 1조9000억원과 일반예비비 7000억원 등 합해서 2조6000억원의 예비비가 이미 확보돼 있다"며 "이 모두를 집중호우 대책비로 쓸 수는 없다. (다만) 특별재난 상황에서는 부채를 감내할 수 있는 여러 보완 장치도 추가로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여권의 4차 추경안 편성 요구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고개를 가로저은 것이다.
정부는 1차 추경안 편성에 따라 국가채무가 815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2차와 3차 추경을 거치면서도 각각 819조원, 840조2000억원의 국가채무를 짊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본예산 편성 때는 그나마 40% 선 아래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43.5%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순증 규모(99조4000억원)도 지난해 본예산(32조6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12일 고위 당정협의를 통해 4차 추경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02년 태풍 때 4조1000억원, 2006년 태풍 때도 2조2000억원 추경을 편성한 경험이 있다"며 "선제적으로 추경을 검토해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14조3000억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자는 발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지원을 위해 신속히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수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민에게 먼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재정 여건을 핑계로 재난 상황에 대해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