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골목시장 형태로 들어서… 구리 대표 전통시장 자리매김 남양주·서울 강동, 중랑과도 인접 유동인구 풍부… 평일에도 찾는이 많아 80억 투입, 환경개선·상인 역량강화… "특화거리 단장, 젊은층 유입기대"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도 구리전통시장. 비가 오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놀러 나온 청년들과 장을 보러 온 시민들, 호객 행위에 한창인 상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박동욱기자 fufus@)
구리전통시장, 상권 르네상스 착수
"오징어 다섯 마리에 만원~"
한 방울 두 방울 이슬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지난달 28일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구리전통시장은 친구들과 놀러 나온 10~20대 초중반 청년들과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으며 시장 중심부에서는 손님을 끌기위해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구리전통시장은 1960년대 후반 골목시장 형태로 형성돼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된 상권이다. 인구 약 20만명의 구리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남양주, 서울 강동구, 중랑구 등과도 인접해 있어 비교적 유동인구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이날 역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구리전통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구리전통시장도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방문객 수가 줄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전과 후가 많이 다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구리시는 면적이 33㎢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지닌 데다 구리전통시장은 구리시내에서도 최대 번화가로 통하는 탓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길 만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잦아들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구리시민인 정경민(27·여) 씨는 "코로나19 직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확실히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리전통시장 인근 안경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민환(가명) 씨도 "최근 느슨해져서 그런지 코로나19 직후보다는 확실히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리전통시장이 시민들의 곁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와 상인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주차장 건설, 비 가림막 설치 등 시설 개선은 물론 ICT 보이는 라디오, 거리 축제, 어린이 시장 등 다양한 문화 행사까지 추진하며 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특히 ICT 보이는 라디오의 경우, 타 지역 시장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혁신으로 오늘날까지 생존해 온 구리전통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구리전통시장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5년에 걸쳐 국비 40억원을 포함한 총 80억원으로 구리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구리시가 추진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크게 △환경개선(행복한 거리) △활성화(행복한 체험) △조직강화(행복한 사람)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화거리 및 행복 상권 조성, 행복상권 공동 브랜드 구축, 조직·상인 역량강화 등이 있다.
특화거리는 곱창거리, 레트로거리, 전통시장 저잣거리, 꽃길 문화거리 등 구리전통시장만의 특색을 살린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1998년부터 구리전통시장 내에 형성된 곱창골목은 사람들의 향취가 가득한 구리시 명물 중 하나로 꼽힌다. 구리시는 이곳의 도로 및 환경을 개선하고 경관조명과 바닥조명 안내판을 설치해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또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반영한 레트로거리를 조성해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행복 상권 조성은 제1·2공영주차장 거점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구리전통시장 내에는 제1공영주차장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리모델링 하고 주차장 내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및 편의시설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아울러 주차 공간을 늘리고자 제2공영주차장도 건설한다. 구리전통시장은 제1공영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해 항상 주차를 하려는 차들로 붐비고 있다. 구리시는 제2공영주차장이 세워지면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통합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CI, BI, 캐릭터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리시 상권을 대표하고 특색을 반영한 브랜드 개발로 지속 가능한 상권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산이다. 통합 브랜드 구축을 넘어서 지역 상권 내 개별 상점의 영업활동 및 협업사업 진행에 수반되는 기본적인 마케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상인 의식 혁신, 협업화 교육 및 워크숍 추진, 경영 현대화를 통한 지식 상인 육성 등 상인들의 자생·상생력을 키우고자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상인기자, 시민기자, 영상 촬영기자 등 기자단을 운영하고 지역단체·기관 네트워크 구축으로 다양한 의견수렴과 창의적 인적자원도 유치할 계획이다.
상인들은 구리시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구리전통시장 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지(가명) 씨는 "상권 르네상스 공모 사업 관련 사업설명회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면서 "시장 내 상인들의 기대감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곱창거리에서 20년 넘게 곱창 가게를 운영해 온 권민석(가명) 씨는 "이왕 하는 거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제대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레트로거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성진훈(가명) 씨는 "레트로거리가 조성되면서 손님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이곳에 비주류 점포들이 많다. 새로운 가게도 많이 생기고 내부를 단정하고 예쁘게 꾸며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구리시는 전통시장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에도 꾸준히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보다 집중하고자 지난달 1일 안승남 구리시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구리시 상권활성화재단을 설립했다. 구리시 상권활성화재단은 향후 구리전통시장 내에 조성되는 제2공영주차장 건물에 입주해 상인들과 함께 생존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고승립 구리시 상권활성화재단 사업기획팀장은 "상권 활성화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연하고 감성적이어야 한다. 상하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지원을 해야 하고, 또 수용하는 분들과도 합이 잘 맞아야 성과도 드러난다고 본다"며 "밀려드는 기업형슈퍼(SSM)와 상인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