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마약(痲藥)과 같다고 한다.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권력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그 부산물인 3-안드로스텐디올(3-androstanediol)이 늘어나 도파민(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두뇌에 코카인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의 뇌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저서 '승자의 뇌(뇌는 승리의 쾌감을 기억한다)'에서 권력을 '매우 강력한 약물'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권력중독이 왜 비상식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지 뇌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영국의 종교 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존 달버그 액튼(John Dalberg-Acton)경이 1887년 성공회 주교에게 보낸 그의 편지에서 남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명언 역시 권력중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입법과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의 근간이 된 이 경고는 권력 중독을 왜 경계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현실정치에서 권력 중독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작게는 개인의 영역에서, 크게는 국가의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얼핏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권력중독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중독 현상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아주 비근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우습게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권력의 주인행세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권력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최악의 오명을 썼던 20대 국회보다 출범한 지 두 달여 밖에 안된 21대 국회를 바라보면서 권력 중독이라는 말을 더 많이 떠올리고 있다.
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을 휘두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과세 강화법안을 처리한 과정의 면면은 국회법 위반이라 할 만한 요소가 없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들이댄 경우가 많았다. 여러 건의 같은 법안 가운데 민주당의 입맛대로 골라낸 법안만 상임위원회에 상정한 것이나, 야당의 소위원회 구성과 심사 요구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거부한 점 등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전·월세 상한제 등을 심사했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의 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을 갖고 논의했다. (현재) 대안으로 제시한 법안과 거의 다르지 않은 법안을 논의했다"면서 "(해당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하고 넘어온 것이 안타깝지만,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논의했으니 21대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아도 충분한 논의를 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민주당은 4일 예정돼 있는 본회의에서 남은 부동산 관련 후속 입법과제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176석이라는 '절대 과반'의 민주당이 마음 먹은 이상 지난달 30일 본회의처럼 일사천리로 법안은 통과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통합당 등 야당을 배제한 채 임대차 3법 중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찬반 여론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관련 법 처리 인식 조사(YTN 의뢰·조사기간 지난달 31일) 결과 '표결 절차에 따른 정상적 결정'이라는 응답은 48.6%,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응답은 46.5%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4.9%였다. 정상적 결정과 일방적 결정이라는 응답차는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내인 2.1%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의 호언장담처럼 임대차 3법의 통과로 서민주거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결과가 모든 과정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절대 과반의 위력을 절감한 민주당이 모든 입법과제를 숫자로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함정이다. 민주당의 절대 과반은 절대 권력이 아니다. 민주당이 절대 과반을 절대 권력이라 믿는 순간 범하게 되는 독선은 '나의 권력은 옳고, 나의 권력만 정의롭다'는 오류를 범하게 마련이다. 민주당의 부동산법 강행이 시급한 부동산 시장과 통합당의 발목잡기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권력 중독의 전조 증상은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