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세입자의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전격 시행하자 부동산 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임대차 3법'이 생각보다 빠르게 추진되자 집주인들은 적잖이 당황한 반면 세입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일부 세입자들은 다음 전셋집으로 이사갈 때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국무회의 의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강남권 일대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공황)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이 상임위 상정 사흘 만에 국회 통과와 국무회의 의결까지 신속히 통과하자 당황했다는 것이다.
일부 단지들은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2월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입주 당시 전세 보증금이 7억원 수준에서 현재 14억원까지 올라 2배나 뛰었다. 이날 법 시행으로 앞으로 세입자는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실거주 등의 사정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 헬리오시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단지는 입주 당시 전용 84㎡ 기준 6억원대에 불과했던 전셋값이 지금은 10억∼10억5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느냐" 등 법 통과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세를 빼고 직접 살겠다는 집주인도 나오고 있다. 실거주 기간이 길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늘어나니 세금 문제 때문에라도 이참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입주를 앞둔 단지 집주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의 경우 다음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임대차법 통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전세 내놓는 걸 더 두고 보겠다는 집주인들이 생기고 있다.
기존 전세 세입자는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전셋값 폭등을 우려한다. 당장 4년간은 전셋값이 오르지 않지만 이후 4년마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 조삼모사식 대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 대신 부동산 규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