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후라이드(Fried)와 양념이 주류였던 프랜차이즈 치킨 시장에서 틈새 공략에 성공했던 오븐치킨이 흔들리고 있다. 집에서 간편하게 '구운 치킨'을 만들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가 보급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오븐치킨의 대표주자인 굽네치킨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이 멈췄고 중소 브랜드들은 매장 수가 급감했다.
29일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오븐치킨 브랜드인 지앤푸드의 굽네치킨은 최근 2년 새 순증 매장이 19개에 불과했다.
2016년 60개, 2017년 59개 늘었던 굽네치킨의 매장은 2018년에는 8개가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엔 11개가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단 서울에 1개 있던 직영매장도 2018년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는 매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흔들리고 있다. 굽네치킨의 모회사인 지앤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1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7년보다는 2.5%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도 89억원에 그치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 달성에 실패했다.
다른 오븐치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2017년 142개 매장을 보유했던 오븐마루는 지난해 26개 매장을 열었지만 문을 닫은 매장도 26개에 달해 전체 매장 수는 한 개도 늘지 않았다. 2016년 218개 매장을 운영했던 오븐에꾸운닭은 2018년 기준 177개로 40개 넘게 문을 닫았다. 오븐에빠진닭은 한 때 200개가 넘었던 매장 수가 100개 밑으로 떨어졌다. 실제 오븐에빠진닭은 지난 3년간 신규 점포가 14개에 불과했던 반면 계약 종료와 해지 등으로 문을 닫은 매장은 89개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3년간 가정에 에어프라이어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오븐치킨류가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의 기름을 이용해 튀겨내는 후라이드 치킨류가 가정에서 비슷한 맛을 구현하기 어려운 반면 오븐치킨은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비슷한 수준의 치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한 HMR 치킨이 속속 등장한 것도 오븐치킨의 설 자리를 좁혔다. 실제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 청정원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은 잇따라 에어프라이어용 HMR 치킨 제품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에어프라이어 전용 브랜드 '올반 에어쿡'을 론칭하기도 했다. 급속냉동기술과 HMR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집에서도 갓 구운 치킨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SSG닷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어프라이어용 치킨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이상 급증했다.
치솟는 치킨 가격도 소비자 이탈을 불렀다. 현재 굽네치킨의 오리지널 치킨 가격은 1만5000원이다. HMR 오븐 치킨이 봉지당 7000~8000원 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업체들은 피자나 햄버거, 사이드 메뉴 등을 강화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HMR 시장과 소비층이 겹친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R의 발전으로 가정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요리의 레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외식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가정에서 따라하기 힘든 수준의 제품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오븐치킨 브랜드들이 에어프라이어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피코크의 HMR 오븐치킨(위)과 굽네치킨 오리지널(아래).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