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임헌영 지음 / 소명출판 펴냄


이 책은 그 제목과 같이 정치권력을 '몹시 꾸짖는' 주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등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11명의 대가들 작품 가운데 정치를 '크게 질타하는'(통매·痛罵) 문학만을 다뤘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질곡을 그들의 글 속에 고스란히 녹여낸 문인들이다.

저자는 최인훈을 "우리 시대의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까놓고 조롱조로 비판한 작가"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한다. '총독의 소리', '화두' 등을 통해 친일 독재정권에 대한 최인훈의 서릿발 같은 통찰에 찬사를 보낸다. 저자는 "지금까지도 한일관계, 미국을 최인훈만큼 다룬 작가는 없다"고 말한다. 이병주와 남정현의 경우 민족 문제에 대한 그들의 신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병주는 '어용 작가'로 알려졌지만 저자는 이병주가 '그를 버린 여인' 같은 소설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남정현은 분단 문제와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준 작가라고 평가한다. 이 밖에도 조정래의 '아리랑', 박완서의 '미친 백목련에서', 항일 여성투사의 삶을 다룬 박화성에 대한 논고 등 폭넓은 작품군을 비평한다.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문학의 정치성 회복이다. 일제 식민지와 6·25 동란, 군사쿠데타를 거치며 우리 시대 문학이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한국 문학은 거대담론에서 갈수록 멀어져버렸다"면서 "100년 뒤 남을 소설은 결국 거대담론을 다룬 소설"이라고 역설한다. 거대담론이란 정치·외교·경제·군사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제에 관한 담론을 말한다. 저자는 거대담론을 포기한 문학인들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로 책을 썼다고 한다. 정치가 혼탁한 요즘, 다시 한번 한국 정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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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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