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일주일만에 새로운 규제안
이번엔 신입생들 타깃 비자 중단
"100% 온라인 수강 땐 거주 못해"
기존 비자발급 대상자 제외키로

하버드대 도서관 앞을 지나는 학생들  (사진=AP연합뉴스)
하버드대 도서관 앞을 지나는 학생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00% 온라인 수강 신입 유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을 확정하면 5만명이 넘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24일(현지시간) 대학 당국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지난 3월 9일까지 등록이 안된 신입생이 올 가을학기에 전면 온라인 수강을 계획한다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고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원격 강의만 듣는다면 새로 입학하는 유학생들은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현재 미국에 있거나, 외국에 있지만 비자를 소지하고 곧 재입국하는 유학생들은 미국에서 100% 온라인 수강을 하더라도 비자가 유지된다고 공문은 설명했다.

처음에는 대면 수강하다가 향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미국에 남아있을 수 있다. 이번 방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등록하려는 신입 유학생들을 주로 겨냥한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통상 미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학기당 1개가 넘는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없지만, 당시 ICE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만 받아도 비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ICE는 이날 공문을 통해 해당 규제 완화는 지난 3월 9일을 기준으로 학교에 이미 등록돼 있던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가을학기에 100% 온라인 수강하는 비이민자 F-1 및 M-1 비자 학생들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공개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1주일여 만에 전면 철회했다.

하지만 조만간 신입 유학생들로 타깃을 좁힌 새 규제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미 언론들을 통해 제기됐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당초 신입생 전원의 캠퍼스 거주를 허용할 계획이었으나, ICE의 발표를 예상하고 이번주 외국인 신입생들에게 캠퍼스에 합류할 수 없다고 통지했다.

이에 따른 한국인 유학생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9∼2019년 미국 내 유학생은 약 110만명에 이르며 이중 한국인 유학생은 5만2250명으로 집계됐다. ACE는 이번 가을 학기에 약 25만명의 유학생이 미 대학에 등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청년 이민자를 타깃으로 삼기 위해 코로나19 대유행을 악용하고 있다"며 "수십만 유학생의 삶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의회가 ICE의 조치에 관해 조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이번 정책은 국제 유학생들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불필요하고 비(非)미국적"이라고 비판했고, 뉴저지주 교육부도 "믿을 수 없고 외국인 혐오적이며 불법적"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