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칭찬받아왔다. 1987년 한국의 민주이행은 평화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고, 현재 한국은 민주공고화 과정 중에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역사의 동태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탄력성이 극적으로 표출된 바 있다.
2020년 6월 10일 한국은 1987년 민주이행을 이끌어 낸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33년째를 맞았다. 많은 민주투사들이 죽거나 고문받았던 건물 앞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다. 하지만, 민주공고화의 길은 순탄치 않고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사고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과 사건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완전한 민주공고화를 위하여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 발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기 직전까지 지난 약 3년간은 극심한 사회 갈등과 정치적 대립의 연속이었다. 거의 매일 집회가 열렸고,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주위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정치, 노동, 복지, 그리고 각종 개인적 민원 사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위가 폭발하였다.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뉴스는 '탈 진실'(post-truth) 시대를 실감하게 해 주었고, 그 행태는 극한적으로 비이성적인 경우가 많았으며, 법치는 무시되었고 리더십은 실종되었었다.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일반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조국사태'로 불리는 논쟁은 검찰개혁 이슈와 결합되면서 한국을 '제2의 촛불시위' 물결로 몰아넣었다. 3년 전 촛불이 하나의 목적을 위한 시위였다면, '조국사태'의 촛불은 대립되는 목적을 가진 두 세력 간의 시위 경쟁이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최근 종군 위안부 출신의 국제적 인권운동가 이용수가 '정대협' 등 관련 시민단체에 대해 제기한 문제들과 이에 대하여 보여준 사회 일부의 행태는 사회민주화의 필요성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이 사례는 한국에서 사회민주화가 많이 진전되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압축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경제 위기나 코로나19 위기 시에 발휘되었던 높은 사회적 신뢰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과 개인적 이익을 넘어서 공적 미덕을 쌓아나가기 위해선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어 모든 구성원의 지혜와 각성이 요구된다. 모든 민주주의는 한시라도 게을리하면 퇴행하기 일쑤이다. 사회 내 각 분야에서 폭발하게 될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미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과 경제적 위기는 한국 민주주의에도 많은 도전을 던져주고 있고, 더 높은 사회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있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재정적 역량이 한계에 이르고 공공부문의 창의성이 유지되지 못할 때 계층, 세대, 젠더, 직업, 이념 등 사회 내 분야에서 폭발하게 될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이미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현실이 되었다.
재정적 지불 여력이 고갈되고 정부 역할이 한계에 부딪힐 때 사회 각 분야의 공동체에 정착된 자발적 책임과 절제된 참여, 그리고 공적 규범 등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할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다.
사회적 공헌과 경제적 책임 없는 정치적 참여는 민주주의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콜로세움 정치'를 반복하지 않고 공적 미덕과 사회적 신뢰를 키워나가기 위하여 구성원 모두의 각성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