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실장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실장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실장
바이러스가 경제를 지배한 2020년 상반기였다. 곧 2분기 GDP가 발표되겠지만 1분기 실적보다 더 악화된 수치가 예상되어 결국 올해 상반기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러스가 휩쓴 직후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고 이제는 조금은 개선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방역의 성공에 힘입어 소비 활동은 그런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위기로 인한 타격으로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는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하반기 경기에 희망을 걸기가 조심스러워진다. 하반기 경제는 반등에 성공할까.

소비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IMF 외환위기 당시 대비 실적이 더 악화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IMF 외환위기 당시, 위기 발생 직후 플러스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인 올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는 동아시아 및 한국에 국한되었던 반면, 한국의 수출 시장인 다른 국가 경제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아 수입 수요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 코로나 위기는 전 세계가 그 영향권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수출 성적도 마이너스라고 판단된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 조짐과 경제 봉쇄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어, 한국의 총수출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이 부진하면 수출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경기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그러잖아도 역대 최대인 재고, 역대 최저인 제조업 가동률 상황에서 상품을 만들 유인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그나마 상반기에 한국 경제가 돌아가게끔 했던 소비 부문은 하반기에도 경기 지지 역할을 할 것인가. 탄력 회복성이 약한 고용 여건은 제쳐두고 정책 효과 소멸만 고려하더라도 하반기에 소비절벽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5월부터 지급된 약 9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6월말 현재 지원금의 80%가 소진되었다고 한다. 하반기에는 나머지 20%만 사용할 수밖에 없어 소비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절벽 발생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요인은 국내 코로나 확산세 진정과 맞물린 국내여행이다. 국내여행은 코로나 발생 직후 충격이 있었지만, 바이러스 진정세가 나타나면서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해외여행은 힘들 것으로 보여 국내여행은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내국인의 해외소비가 외국인의 국내소비를 상회했던 만큼 이번 코로나 위기로 국내여행지에서 소비지출이 더 많이 되기를 기대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성장률 제고 요인은 추경 집행이다. 특히 3차 추경은 규모도 역대 최대인 35.1조원으로 국회 통과되었다. 집행 속도도 상당히 빠르게, 35.1조원의 75%를 3개월 안인 10월초까지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추경이 긴급 방역 예산 확보, 2차 추경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이었다면 3차 추경의 주요 지출처는 고용 안정 분야이다. 경기 후행적인 성격을 지닌 특성 상 수출 및 제조업 경기 침체에 따르는 고용 악화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임을 고려하면 고용 안정을 위한 추경 집행의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방향은 맞지만 임시적이거나 단기에 그치는 용돈벌이 용도의 일자리 창출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3차 추경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경기 방어용 성격이 강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 소상공인 대상 긴급자금 지원, 고용안전망 확충, 재난·방역 대응 등에 거의 13조원이 투입될 것이다. 추경 집행 분야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투자 증대로부터 시작해 고용 확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 형성을 위한 비전을 그리면서 추경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디테일한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방역과 국내여행을 연결시키지 못한 점이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이 계속 각광받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여행지에서의 방역 환경이다. 사실 그 점 때문에 숙박료가 꽤 비싼 리조트·호텔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싼 숙소는 방역도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위안 받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국가 예산이 관광지 및 숙소, 예를 들어 중저가의 펜션·호텔·리조트 내에서의 방역 물자 및 인원 지원 등에 더 많이 투입된다면 그러잖아도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여행객이 더 안심하고 각 지역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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