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리쇼어링'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기업들의 호응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GVC)이 흔들리면서 해외 생산기반이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국내로 복귀하겠다는 기업은 1%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경영환경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의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사업장을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7.1%가 '없다'고 답했다. 21.7%는 '국내 여건이 개선되면 고려할 수 있다'고 소극적으로 답했고,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던 주요 소재·부품·장비 공급 중단으로 낭패를 본 기업들도 '국내 유턴'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 규제'가 가장 많이 꼽혔다. 기업들은 리쇼어링 촉진을 위해 필요한 대책에 대해 '기업 규제 완화'(42.2%),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33.3%), '노동시장 유연화'(11.1%), '고임금 부담 완화'(8.9%), '리쇼어링 인정 기준 확대'(4.4%) 순으로 답했다.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진출 기업을 유턴시키기 위해 '유턴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업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종합 패키지형 지원을 강화한다며 이번 대책에서 '유턴기업 보조금'을 확대했다.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당 100억원 한도로 지급하던 것을 비수도권 200억원으로 늘리고, 수도권의 경우 첨단산업 및 연구개발(R&D) 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당근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보조금 성격상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국내 노동시장은 인건비가 높아 중장기적인 혜택이 없는 한 해외에 남아 있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많다. 유턴기업 선정요건도 까다로워 올해 유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정부는 이번 유턴대책을 마련하면서 '해외 생산량 50% 이상 감축 후 복귀'라는 유턴기업 조건을 폐지했지만, '상시 고용인원 20명 이상 신규 채용 및 5년 간 유지'라는 요건은 그대로 두고 있다. 이에 국내 유일한 유턴 대기업인 현대모비스마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전기세 혜택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다.

연구원은 "정책에 대한 정부와 기업 간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책에 대한 기업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수렴하고 정부에 대한 경제주체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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