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제도 투명하게 개선하고
연임기준 합리적으로 조정을"

정부 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기관장 임기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현재 3년 임기제가 중장기 R&D(연구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연구개발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변화와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출연연 기관장 임기연장을 통해 추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매 정권 반복된 논의…뚜렷한 변화 못 이끌어= 출연연 기관장 임기 연장안은 출연연 혁신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지만, 매 정권 때마다 논의만 반복됐을 뿐, 실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국회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출연연 기관장 임기 연장'을 과학기술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필모 의원 주도로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공약 실천에 의견을 모으고, 입법 활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일 정필모 의원실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출연연 연구 연속성 및 책임성 개선방안 토론회'는 이 같은 맥락에서 마련됐다. 국회는 앞으로 출연연 기관장 임기 연장 논의를 위한 공론화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기관장 리더십, 역량 발휘에 너무 짧은 임기= 출연연 기관장 임기 연장 논의는 중장기 R&D 증가와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3년마다 바뀌는 기관장으로는 안정적인 조직혁신과 조직문화 형성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여기에 R&D기관 특성상 3년 간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데 제약이 많고, 안정적이고 집중적인 연구수행과 환경조성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기관장이 취임하면 1년 간은 내부 업무를 파악하고, 기관운영 계획과 전략을 짜는 데 소요되고, 2년차부터 비로소 자신의 경영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기관경영을 하게 된다"면서 "3년차부터는 마무리 기간으로 기관장의 리더십을 조직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어려운 게 출연연의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3년 임기는 기관장 책임경영 측면에서 리더십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에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출연연 구성원 5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현행 3년 기관장 임기에 대해 60%가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적정한 임기로는 4년 18%, 5년 39%이라고 답해 절반 이상이 4년 이상을 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임기연장에 앞서 기관장 공모·평가제도 개선해야"=과학기술계는 기관장 임기 연장에 앞서 현행 기관장 공모와 평가 제도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관장 임기 연장이 출연연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정권 줄대기나 정치적 논리 등에 의해 변질되고 있는 기관장 공모제도도 이참에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매번 정권이 바뀔때 마다 R&D와는 상관없는 정치적 인사가 출연연 기관장으로 내려오거나, 잔여임기와는 상관없이 정권과 코드가 맞은 인사들로 줄줄이 교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청윤 전국과학기술전문노동조합 위원장은 "기관장 임기가 3년 이상으로 연장되면 연구의 연속성과 책임경영이 담보되는 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연임 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 위원장은 "현행 기관장 공모 시스템이 유지되면서 단순히 임기만 연장되거나, 연임평가를 통해 기관장을 줄 세우고 옭매이는 여지를 만든다면 연구현장에서부터 심각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 면서 "대학총장 직선제도와 같은 내부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된 제도 도입과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이사회 구성, 공정하고 투명한 연임 평가제도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기관장 임기 연장 시 출연연 발전 방향을 고려한 리더십 정립과 함께 선임 방식 및 자격요건 강화, 내부 구성원 참여 등 공모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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