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국을 디지털 1등 국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160조 원이란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지난 4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구상을 밝힌 지 83일 만이다. 발표 내용만 보면 새롭게 눈에 띄는 건 별로 없다. 핵심은 디지털·그린 뉴딜을 쌍두마차로 삼아 우리사회와 경제체질을 '선도형 경제' '저탄소 경제' '포용 사회'로 바꾸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가 앞장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며 "우리 정부 임기 내에 국민들이 눈으로 변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장담이 실현될 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다만 몇 가지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의 주역은 민간 기업이어야지, 정부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 추진도 하기 전에 벌써 그런 조짐이 엿보인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란 명분을 내세워 출범하거나 신설될 뉴딜 전략회의와 뉴딜 당정협의 추진본부, K-뉴딜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서 뉴딜에 지역 민원성 사업을 끼워 넣으려 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재정투입 계획만 있지 규제 완화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기업을 마음껏 뛰게 하려면 온 몸을 짓누르는 멍에(규제)를 벗겨줘야 한다. 10대 대표 뉴딜 사업 중에는 실패로 끝난 '타다' 사례처럼 규제 완화 없인 목표 달성이 어려운 사업이 적지 않다.

한국판 뉴딜은 문 정부 초기 교과서에도 없는 실험적 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소득주도성장'의 재판(再版)이 돼선 안 된다. 기업의 투자 유인보다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을 우선 순위에 뒀다간 또다시 '가짜 일자리' 양산을 통해 소주성 정책의 실패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기업에 판을 깔아주고, 기업 고충을 해결해주는 해결사에 그쳐야 한다. 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개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기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부실패'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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