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왓슨 지음/삼천리 펴냄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8분 가량이면 지구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작 광자가 태양을 탈출하기 위해 태양 내부에서 표면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만 년, 또는 100만 년이라고도 한다. 빛은 신화와 종교에서 신성함과 경이, 찬양의 대상이다. 예술과 문학에선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의 상징이다. 물리학과 생물학에서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며, 에너지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오늘날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 전자레인지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과 일상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공기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은 '빛'에 대한 역사적 대서사시다. 태고의 신화에서 소크라테스 등 초창기 철학자들의 의문으로 넘어간 뒤, 불교 사원과 성서에 등장하는 신성의 핵심인 빛을 탐구한다. 어둠과 절망에 맞선 중세 건축가들은 빛이 스미는 성당을 지었고, 단테는 '순수한 빛의 천국'을 꿈꾸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래 빛은 그림자와 원근법을 대동해 렘브란트와 모네, 고흐, 터너의 화폭에 담겼다. 빛의 과학은 또 기술혁신과 발명을 뒷받침했다. 과학혁명의 시대에 갈릴레오는 망원경에 빛을 모았고, 데카르트는 무지개를 측정했다. 뉴턴은 프리즘을 활용해 광학 분야의 기틀을 다졌다. 에디슨 시대를 거쳐 레이저 시대로 이어지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전기역학, 광섬유 등에서 새로운 경이로움을 드러낸다.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빛을 소재로 인류의 긴 여정을 좇아간다. 천지 창조 이야기부터 양자론까지 빛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학문을 건드린다. 역사를 날줄 삼고 신화와 과학과 예술을 씨줄 삼아 이야기를 엮어간다. 인류 역사에서 빛과 같았던 위인들과 에피소드, 영혼을 비추고 정화하는 종교적 거장들의 회화가 등장한다. 그야 말로 학문적 통섭과 융합의 극치를 보여준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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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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