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특성 고려하지 않고 고용창출 효과 낮은 산업에 집중" "디지털 쪽 고용창출 효과 낮아 고용 대폭 늘어나기는 힘들 것"
일자리 늘어날까 190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담은 '한국판 뉴딜'이 발표된 14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취업게시판을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전문가 반응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향후 5년간 총 160조 원이 투자되는 말 그대로 '역대급'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14일 이뤄진 정부 발표에는 온통 장미빛 전망이 가득했지만 전문가들은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에 과도한 재정지출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필요한 곳에 재정을 쓰는 것은 좋지만 디지털 쪽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며 "비대면·디지털 경제는 사람을 덜 쓰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가수가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콘서트를 하는 것 대신에 영상을 띄워 놓는 셈인데 고용이 어떻게 늘어나겠나. 디지털 경제는 대부분 머리 쓰는 사람 몇 명만 있어도 다 되는 일들이다. 고용이 그렇게 대폭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론 실리콘 밸리처럼 고부가가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여들어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면 그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생겨날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판교만 봐도 판교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엔지니어는 아니지 않나. 식당도 생기고 백화점도 생기기 때문에 그런 전후방 효과까지 따진다면 고용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디지털 만으로 몇 십만 명을 고용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용창출 숫자를 만들려다 보니까 정부가 어떤 식으로 돈을 써야 할지 잘 모르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그린뉴딜에 대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인데 과연 우리나라가 환경산업 쪽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탈원전을 합리화하려는 구실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 "어느 누구도 핵발전소를 끼고 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경제성 자체만 본다면 원전을 다 없애도 태양광으로 간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자체가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양 교수는 "규제를 해서 반사이익을 보는 산업으로 경제의 성장동력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 "창의성이 중요한 디지털 산업에서 정부주도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왜곡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과 기업들의 의지마저 꺾이고, 복지지출 누수로 사회문제는 악화된다"며 "결과적으로 서민과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은 물론, 효과 없는 재정지출로 저성장이 고착화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 역시 서비스업 중심의 뉴딜로는 고용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린뉴딜에는 일부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이 들어가 있지만, 디지털 뉴딜을 보면 대부분 서비스업 쪽에 치우쳐 있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관련 내용이 빠져있어 (디지털 뉴딜만으로)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전의 뉴딜 정책을 봐도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물론 디지털·그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22년 현 정부 임기가 끝났을 때 이 한국판 뉴딜이 어떻게 지속성을 갖느냐인데, 제조업이나 건설업을 어떻게 보완해나가야 할지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