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노사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노동계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도 최저임금이 올랐다"며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얽힌 실타래가 쉽게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 9일 6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때까지 노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들은 경영계가 올해(8590원)보다 1.0% 낮은 8500원을 최저임금을 제시한 데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대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근로자 위원들 쪽에서만 9.8% 인상한 943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13일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서도 쉽사리 결론이 나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들이 이날 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9일 퇴장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요구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더 이상 최저임금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이나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도 각각 2.7%, 2.8%씩 인상됐던 점을 주장하며,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근로자측 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리란 보장도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를 인정해달라는 모습이다. 경영계 내부에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 목소리가 높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7일 5차 전원회의에 앞서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2.1% 인하안이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현실적인 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0여 개 중소기업 단체가 주장한 '최저임금 동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경영계 삭감안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막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종 결정권을 쥐는 구조다. 최저임금이 표결에 붙여지더라도 공익위원이 행사하는 표가 최종 향배를 가른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10일 "협상 가능한 현실적 수정안을 제출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했다.
한편 최저임금 고시 기한은 다음 달 5일이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어떻게든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법적 절차를 거쳐 내년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6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회의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반발해 노동계 위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박준식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사용자 위원과 공익위원들이 속개된 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