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협력업체 이윤배분 취지
기여도 산정땐 경영간섭 등 문제
일부 中企 시장진입 차단 우려도
대기업, 계열사 선택지 대폭 줄어


정치이념에 기반을 둔 경제 법안의 상정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제관련 법안은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21대 국회에서는 거대 여당이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여권이 '협력이익공유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재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사항이자 현 정부 출범 이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176석을 등에 업은 21대 국회에서 여당은 사실상 개헌을 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상태다. 정작 일부 중소기업계에선 해당 법안 강행 시 오히려 자신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사전 약정에 따라 이윤을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들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야당에 막혀 입법화에 실패했었다. 김경수·정재호 민주당 의원은 물론, 심상정 정의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등도 초과이익공유제, 협력이익배분제 등의 법제화를 추진한 바 있다.

과거부터 재계와 학계 등에선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목표이익 설정 및 기여도 평가 불가 △성장유인 약화 △주주재산권 침해 △경영활동 자기부담 원칙 위배 △협력 중소기업에만 특혜 △중소기업 사업 축소 △글로벌 스탠다드 위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에 '독'이 될 수 있는 점도 제기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별 기여도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자칫 '중소기업 줄 세우기'가 될 수 있다. 기여도를 산정하는 방법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협력사 입장에서 대기업에 원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하도급법 내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에 저촉될 수 있다. 중소기업 내에서도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이 경우 이익공유제 등으로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이 타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재계는 21대 국회 들어 여당의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이전 국회만 해도 야당의 반발이 먹혔지만, 이번 국회는 176석을 품은 여당만으로도 입법화가 가능하다.

대기업의 선택지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부품업체를 직접 운영하거나 이익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계열사 거래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협력 중소기업 네트워크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 주도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한 사례는 세계에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요타, 미국 크라이슬러, 델타 등이 '성과공유제'를 시행 중인데,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시행이다. 국내서도 2004년 포스코가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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