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기구들로부터 북한 인권에 대한 지적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부터 이 같은 비판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당장 지난해 불거진 탈북어민 강제 북송 논란부터 떠오른다. 당시 정부는 바닷길을 통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온 북한 어민들을 매몰차게 북송 처리했다. 때문에 북송이 결정되기까지의 절차적 타당성은 물론 '탈북민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국내·외 질타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해당 문제를 조사하고 나섰지만 관련 진정이 접수된 지 8개월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정부 기조는 여전하다. 최근 북한에 날려보내는 대북전단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현재진행형= 8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진정서를 낸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7일 동해 상에서 군 당국으로부터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이 배를 통해 조업하던 도중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선상(船上) 살인'한 혐의가 짙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북송 과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은 석연찮았다. 북송 당일에서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연히'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가 촬영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논란은 점화됐다. 문자 메시지는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에게 보낸 것으로, 북송 과정에 대한 보고가 담겼다. 이를 몰랐던 야당으로부터 반발이 쏟아지고 나서야 정부는 긴급 브리핑을 했다. 나포부터 북송한 날까지 국민에게 비밀로 하려 했던 셈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 사회로부터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권감시 기구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한국 정부가 북한 선원 2명을 고문 위험 국가인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도 "한국은 난민자격 심사를 받을 권리를 즉각 부인했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특히 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얻지 못하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엠네스티는 "범죄 행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송환한 것은 재판 등 이들이 받을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지적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송환 이튿날인 8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송된 주민 2명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죽더라도 돌아가자'는 말은 살인 직후 나왔고, 줄곧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한변이 지난해 11월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한변은 "북한 선원 2명이 강제로 북한으로 추방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북송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고, 살인 혐의에 대한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진정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당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어지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28일 한국 정부에 '북한 어민 추방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공동긴급서한(allegation letter)'을 보냈다. 그러나 정부는 서한에 대한 답변서에서 "선원들이 추후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서도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대북전단 날리지 말라는 文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또 달라진 대북 정책으로는 '대북전단 금지'가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7월 임시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처리키로 한 상황이다.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북한으로 날려온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주요 창구로 통해왔다. 이를 두고 통일부는 대북전단을 살포한 시민단체의 법인 취소를 추진했다. 인권위가 지난 2015년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고 판단했던 것과 대비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갑작스레 대북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북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달 4일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포럼 기조연설에서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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