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中 편향적 문제삼아 野전문가·공화당 내서도 맹비난 "팬데믹 충격 속 무책임한 행위" 바이든 "대선 승리땐 바로 가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엔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하자 거센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과 중국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WHO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 미국이 실제 탈퇴를 선언하면서 야당과 전문가들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승리시 재가입을 공언했다.
미국의 탈퇴 통보는 6일부로 유효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서가 제출됐다고 전했다. 공식 탈퇴는 탈퇴서를 낸 후 탈퇴절차를 거쳐 1년 후인 내년 7월 확정된다.
미국 탈퇴가 확정되면 WHO는 연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달하는 미국 몫 분담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 의원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통령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WHO 실수를 열심히 볼 필요가 있지만 그 시기는 대유행 와중이 아니라 위기가 끝난 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중국 태스크포스 위원들도 최근 미국이 WHO 회원국으로 있을 때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도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의 정반대인 '미국 위험 우선주의'"라고 비난했다.
공중보건과 법 전문가 700여명은 전세계 보건과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험한 조처라며 의회가 탈퇴 결정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공격에 이은 WHO 탈퇴통보 결정은 코로나19 공동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이 미국의 대유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WHO의 대응 노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심지어 사망·확진자가 세계 1위가 되자 중국과 WHO를 맹비난해왔다.
메넨데즈 의원은 "이는 미국의 생명이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인을 병들게 하고 미국을 혼자 남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윗에서 "이 결정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며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생의 최대 공중보건 위기 와중에 WHO에서 탈퇴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신중치 못한 선택에 의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탈퇴 통보는 1년이 걸리는 탈퇴 절차의 시작에 불과한 데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탈퇴가 관철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WHO에 연간 4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최대 지원국이지만 현재 경상비와 회비 등 약 2억달러가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발적 기부금 외에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WHO 예산의 15%가량을 의무 지불금으로 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려면 이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탈퇴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실제로 민주당은 의회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WHO에서 탈퇴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위법인 만큼 이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첫날, 나는 WHO에 재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은 미국이 세계 보건 강화에 관여할 때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WP는 국무부 대변인이 WHO와 관계를 축소하는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국은 WHO와 다른 국제기구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잔류 결정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