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글로벌화로 인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가운데 하나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가치사슬의 세계적 분업화로 대표되는 글로벌화의 조류 속에서 가공무역과 핵심부품 조달에 특화된 산업구조를 육성하면서 세계 GDP 10위권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성장을 이룬 이면에는 2019년 기준, GNI(국민총소득)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8%에 달하고 내수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불균형한 경제구조를 낳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경제구조는 취약점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고도로 분업화된 글로벌 가치사슬(GVC) 시스템에서는 원자재조달-부품조달-생산-유통-소비의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연쇄적인 비즈니스의 중단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 활동이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K-방역'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다수의 전문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예상치에서도 나타난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3월, 한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 -5.5%에서 -12.2% 사이의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IMF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5월,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내년 전망치는 0.7%로 수정 전망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GVC의 붕괴에 따른 세계 무역량의 감소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글로벌 GDP 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인 2.5%에서 크게 하락한 -5.2%로 수정해 발표하는 동시에 세계 무역량이 13%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포함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 회복의 양상이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단하기 어렵고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세계 경제가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상하듯이 글로벌화된 지구촌에 또 다른 대규모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하며 이번 사태로 붕괴된 GVC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결국, 새로운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 21세기를 맞이하며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목도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이기에 정확하고 공통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본질이 '지능화 혁명'이다. 즉, 인간의 근육이 아닌 두뇌를 보완하과 대신하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이루어지는 혁명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중심의 지능화 혁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ITU(2018년)에서는 2017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GDP의 약 16%(연 1.2%) 정도가 AI로 인해 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통해 오히려 제4차산업혁명의 진행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능화 혁명을 선도한다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가지능화 선도'를 비전으로 선포한 ETRI에서도 AI 국가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ETRI AI 실행전략'을 마련했다. ETRI AI 실행전략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지능화 실현을 위한 AI 혁신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내용은 첫째, AI 서비스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역량 확보, 둘째, 우리 국민·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AI 혁신생태계의 기반 마련, 셋째, 산업요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믿을만한 AI 활용의 확산으로 이러한 방향성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 아이템들로 실행전략을 구성했다.
이러한 실행전략이 AI 생태계 구성원들과의 공유·협업을 통해 실천된다면 대한민국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능화 강국으로 비상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