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이 제시한 인수합병(M&A)의 선결조건 이행 여부에 대해 '문제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 사실일 경우 M&A 과정도 한 단계 진척될 수 있지만 임금체불 문제 등이 남아있는 데다 항공업황도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워 최종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제주항공 측에 선결과제 이행과 관련한 내용에 대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정에서 해외 기업결합심사와 3100만 달러(약 370억원) 규모의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건 등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이 중 기업결합심사는 제주항공이 지난달 25일 베트남 항공당국에 추가 서류를 보낸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여지가 있지만, 이스타항공이 타이(태국)이스타젯에 제공한 항공기 보증계약 해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나온 얘기가 없다.
제주항공은 지난해말 이스타항공의 인수 의사를 밝혔고 지난 4월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가 휘청이면서 이스타항공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선결조건도 이행되지 못하면서 M&A 과정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제주항공은 선결조건 이행을 1순위로 두고 있어, 이스타항공이 보낸 공문의 검토 결과에 따라 M&A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판단하기에 선결조건 이행 여부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선결조건이 해결된다고 해도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부터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족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체불임금이 전부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SPA 체결 당시엔 임금 체불 문제가 없었던 만큼, 제주항공 측은 계약 체결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만들려면 체불임금을 이스타항공 측이 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결조건이 이행되더라도 체불 임금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M&A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 의원 및 이 의원이 딸인 이수진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혀 변수가 더 늘었다.
제주항공도 급할 것이 없다. 제주항공은 항공노선 확보 및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악화한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렵다.
제주항공은 2017~2018년 연간 1000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엔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올 1분기는 코로나19 여파로 657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상황이다. 당장 인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선결조건 이행 및 임금 체불 문제 등을 해결한 이후 인수를 결정해도 늦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M&A 이슈가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최종구(오른쪽) 이스타항공 대표가 지난달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