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환, 어려울 난, 서로 상, 불쌍할 휼. 이웃이 근심이 많고 어려울 때 가엾게 여겨 서로 돕는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향촌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지키고 각종 재난 시 상부상조하기 위해 만든 향약(鄕約)의 4대 강목 중 하나다. 향약의 유래는 중국 북송(北宋) 말기 섬서(陝西)성 남전현(藍田縣)에 거주하던 도학자 여씨(呂氏) 4형제에 의해 최초로 실시됐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전통은 우리 핏줄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저력을 발휘한 금 모으기 운동도 그 뿌리가 같다.

'베풀고 돕는다'는 의미의 말로 종덕시혜(種德施惠)가 있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평범한 사람이라도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재상과 다름없는 위상을 지닌다고 했다. 시혜와 보은은 동전의 양면이다. 서로 베풀고, 이를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 논어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은 시혜를 강조한 말이다. 다산 정약용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자식들에게 '낙시자 수덕지본야(樂施者 樹德之本也)'라며, 이웃을 위해 덕을 베풀며 살 것을 당부했다.

6·25 전쟁 당시 수많은 나라들이 군대와 의료물자, 전문의료진을 보내 한국을 도왔다. 참전 인원은 22개국에 총 195만 명. 그 중 48만 명을 파병해 약 3만7000명의 전사자를 기록한 미국은 대다수 전투를 한국군과 함께 치렀다. 한미동맹을 '혈맹(血盟)'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부와 민간기구들은 매년 참전국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전쟁 발발 70주년, 종전 67주년을 맞아 경제계가 참전 22개국 대사관 관계자를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우리가 '결초보은(結草報恩·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해야 할 때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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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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