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불구 2023년 0.15% 세율 유지키로 결국 주식 '큰 손' 세부담 늘어 증시자금 해외 빠져나갈 수도 거래세 부담 준 소액 투자자들 '단타 매매' 부작용 가능성 커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매기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되, 0.15%의 세율을 유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중 과세'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0.25%의 증권거래세를 2023년까지 0.15%로 낮추는 대신, 2000만원 이상 수익을 실현한 소액투자자에게는 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큰 손들에 물리는 세금이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소액주주 주식 양도소득과 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생긴 손익을 합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과세 기간(1월 1일~12월 31일)별로 금융투자상품 소득·손실액을 합산(손익통산)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3억원 이하는 20%를, 3억원 초과는 6000만원(3억원의 20%)에 더해 3억원 초과액의 25% 세율을 물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2000만원까지는 공제하되, 초과분부터 손익통산에 합산키로 했다. 이 때문에 2000만원 미만 손익을 실현한 사람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
특정 주식 1000주를 5000만원에 매수했다가 주식 가격이 7만원으로 올라 7000만원에 매도할 경우 기존에는 17만5000원의 증권거래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개정 기준으로는 10만5000원만 물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0만원 초과 수익을 낼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증권거래세(0.15%)와 수익에 따른 양도소득세(20~25%)를 같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2000만원 초과 수익을 내는 투자자의 경우 이중과세에 대한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중과세가 성립되려면 과세 객체(대상)가 같아야 한다"며 "소득(양도세)과 거래(거래세)는 객체가 다르니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세수가 증가하면 거래세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원래는 증권거래세를 과세하지 않는 게 맞는다"며 "양도세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앞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더 확대하는 쪽을 갈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이번 개편으로 증권거래세 부담이 줄어든 소액 투자자들의 단타 매매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그래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주식시장과 달리 배당이 적어 장기투자에 대한 이점이 적은 상황에서, 투기성 짙은 단기 매매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더군다나 총 600만명의 국내 주식 투자자 가운데 양도소득세 과세가 해당하는 30만명(5%)의 경우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타 매매 활성화 의도로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